러시아 에너지 패권에 유럽 불황의 늪 빠지나

2022-04-28 15:34
경기침체 고개 들자 유로화 주저 앉아
제조업체에 치명타…기업 생산성 줄고 가계 소비 위축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휘두르며 유럽을 경기침체로 몰아넣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대러시아 제제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기업의 생산성과 가계 살림을 옥죄며 유럽 전역을 불황의 늪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다.
 
경기침체 우려에 주저 앉은 유로화

러시아 루블화 [사진=신화·연합뉴스]


27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유로화는 이날 달러화 대비 0.8% 하락한 1.056달러에 거래되며 2017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1.06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유럽 전역에 대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는 부진을 겪고 있다.

노무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지 버클리는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이기로 결정함에 따라 (유로화의) 약세는 더욱 악화됐다"고 CNBC에 말했다.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EU의 높은 의존도는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대금을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지불하라고 요구하며 유럽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에 이날 유럽 천연가스 기준물은 전장 대비 4.1% 오른 메가와트시당 107.43유로에 마감했다. 이는 3월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 대비 낮지만 1년 전보다는 약 5배 높은 가격이다.
 
이번 가스프롬의 조치는 유럽을 당장 경기침체로 몰아넣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유럽 경제에 암운을 드릴 울 가능성이 높다. 애널리스트들은 역대급으로 높은 에너지 비용으로 인해 기업의 이익이 위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력도 위축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유럽 경제 대국 독일의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연구원인 조나단 헤캔브로이치는 "독일에 대한 가스 공급 전면 차단은 독일과 유럽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공장은 생산을 줄이거나 심지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ING은행의 카스텐 브제스키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금지는 유럽의 경기침체를 촉발할 것"이라며 높은 인플레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높은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과 파괴된 공급망은 유럽의 국제 경쟁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보다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 더 위협적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초 유로존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1%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악영향은 이미 유럽 전역으로 확산돼 에너지 가격을 올리고 제조업체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IMF는 유럽이 에너지 순수입국이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상승은 유럽 국가 대부분에 무역 쇼크로 돌아올 것이고, 이는 낮은 생산성과 높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은 무엇보다 천연가스 공급 중단 확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랄프 해머스 UB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 제재가 유럽에 경제적 위험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석유보다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봤다.

그는 "유럽 산업의 상당 부분은 천연가스에 의존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이는 유럽 경제에 부수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럽이 높은 경기침체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유럽은 에너지 등 상품 수입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위기를 가중시키고, 이러한 비용 증가는 소비자와 기업을 옥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더 중요한 점은 경기침체가 발생하든 아니든 세계 주요 경제국들의 실적이 현재 대부분의 예상보다 더 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전문가 다수가 예측한 것보다 유럽 경제가 훨씬 더 느린 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