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작품 기증 1주년…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국내 '첫' 전시

2022-04-27 14:56

클로드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국립현대미술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과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이 오는 4월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등 처음 선보이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고 공립미술관 5개처가 참여했으며 이건희 기증품 수증기관 전체가 협력한 전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7개 기관 기증품 295건 355점이 전시된다. 전시품은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의 금속, 도토기, 전적, 목가구, 조각, 서화, 유화 작품 등으로 시기와 분야가 다양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정선(鄭敾, 1676~1759)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국보) 등 249건 308점을, 국립현대미술관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34건 35점을 각각 출품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김환기(金煥基, 1913~1974)의 <작품>, 대구미술관은 이인성(李仁星, 1912~1950)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朴壽根, 1914~1965)의 <한일(閑日)>,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李仲燮, 1916~1956)의 <현해탄>, 전남도립미술관은 천경자(千鏡子, 1924~2015)의 <만선(滿船)> 등 공립미술관 5개처에서도 총 12건 12점을 출품한다.
 
특히 전시품 중 국가지정문화재는 국립중앙박물관 출품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 등 국보 6건 13점과 <삼현수간첩(三賢手簡帖)> 등 보물 15건 20점이다.
 
2021년 4월 28일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은 그의 수집품 중 문화유산 2만1693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근현대 미술품 1488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근현대 미술품 102점을 지역 미술관 다섯 곳(광주시립미술관(30점), 대구미술관(21점), 양구 박수근미술관(18점), 제주 이중섭미술관(12점), 전남도립미술관(21점)에 나누어 기증했다.
 
고 이건희 회장은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사에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고 이건희 회장은 '인류 문화의 보존'이라는 수집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수집했다. 이번 특별전은 수집과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고,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의 다양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기획했다.

이를 위해 문화유산과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전시품을 선별하고, 서로를 연결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이런 기획 의도를 반영해 제1부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와 제2부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로 구성했다.
 
제1부는 컬렉터의 집을 은유하는 공간이다. 고 이건희 회장의 안목과 취향을 보여주는 수집품을 선보인다.

먼저 ‘가족과 사랑’을 주제로 한 근현대 회화와 조각품을 전시한다. 장욱진(張旭鎭, 1917~1990)의 <가족>은 허물없는 가족애를 순진무구한 화풍으로 전달한다.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정효자전(鄭孝子傳)>과 <정부인전(鄭婦人傳)>은 ​처음 공개된다. 이 작품은 강진 사람 정여주의 부탁을 받아 그의 일찍 죽은 아들과 홀로 남은 며느리의 안타까운 사연을 글로 썼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한국적 정서를 보여주는 공간을 꾸몄다. 18세기 <백자 달항아리>와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은 김환기의 추상 회화가 전통 문화와 자연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했음을 한 눈에 보여준다. 제1부 중간에 작은 정원을 연출해 <동자석>을 전시하고, 마지막에는 프랑스 인상주의의 거장 클로드 모네가 만년에 그린 <수련이 있는 연못>(1917~1920)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한다.
 
제2부는 수집품에 담긴 인류의 이야기를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보는 공간이다.

첫 번째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은 조선시대 산수화와 현대 회화를 함께 전시해 자연이 영감의 원천이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에서는 인간이 흙과 금속을 활용해 만들어낸 토기와 도자기, 금속공예품을 전시한다. 세 번째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에서는 종교적 깨달음과 지식이 담긴 불교미술과 전적류를 전시한다. 고려불화는 첫 2개월 간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고려 14세기), 다음 2개월은 <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고려 14세기, 보물)를 선보인다.

“기록 문화가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정보화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더욱 힘들다”라는 사명감으로 고 이건희 회장이 수집한 『초조본 현양성교론(初雕本顯揚聖敎論)』(고려 11세기, 국보), 금속활자로 인쇄한 초간본 『석보상절(釋譜詳節) 권20』(조선 1447~1449) 등 귀중한 옛 책도 전시한다.

네 번째 ‘인간을 탐색하는 경험’에서는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된 개인의 주체적 각성을 예술품으로 살펴보고,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함께 경계를 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공유한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문화사랑 정신과 수집 철학을 어록과 영상으로 전달한다.
 
4개월 간 진행되는 전시 기간 중 1개월마다 주요 서화작품을 교체한다.

지난 2021년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에 2개월 간 전시됐던 <인왕제색도>와 <추성부도>는 1개월씩 전시해 빛에 쉽게 손상되는 고서화를 보호할 계획이다.

이어 박대성의 <불국설경>(1996), 이경승의 <나비>(1919)를 순차적으로 매월 교체하고 각 전시품에 어울리는 영상물로 사계절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외에 <인왕제색도>와 <추성부도>는 2022년 10월 4일 개최 예정인 국립광주박물관 고 이건희 회장 기증전에서 각 20일씩 다시 전시한다. 
 
한편 고 이건희 회장은 “전통문화의 우수성만 되뇐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문화적인 경쟁력이 생긴다”라는 말을 남겼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더 많은 국민이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향유해 일상을 풍요롭게 가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