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폴란드·불가리아에 가스 공급 중단

2022-04-27 10:51
폴란드로 보내는 가스 공급량 3일 전 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
"유럽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경고 사격"
폴란드 "가스 저장 시설 가득 차 있어" 시민 달래기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가스 공급을 중단키로 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가스 공급업체인 가스프롬은 이날 폴란드 국영가스회사인 PGNiG에 오는 27일 오전 8시(폴란드 시간)를 기점으로 ‘공급 완전 중단’을 통보했다.
 
불가리아 당국도 가스프롬이 불가리아의 국영 가스회사인 불가르가즈에 가스 공급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불가리아는 천연가스 공급에 대한 대체 방안을 찾고 상황을 처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스프롬은 폴란드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세르게이 쿠프리야노프 가스프롬 대변인은 "오늘날 폴란드는 새로운 지불 절차에 따라 가스 공급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가스네트워크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러시아에서 폴란드로 유입되는 가스 공급량은 이날 3일 전 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러시아가 사실상 중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급량을 대폭 줄인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검찰청 간부 회의에 참석해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크렘린궁·연합뉴스]


러시아가 이들 나라에 대해 가스 공급 중단에 나선 것은 유럽 전역에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할 것을 압박하고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강력 지지하는 나라들에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호적이지 않은" 모든 국가들이 러시아 가스 공급에 대해 루블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구매자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시, 러시아로 가는 가스를 즉각 차단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PGNiG는 지난 4월 12일 러시아의 발표가 EU(유럽연합) 기준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급 계약을 위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준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EU는 지난주 유럽 가스회사들이 러시아가 제안한 에너지 지불계획에 동의할 수는 있으나 제재에 따른 제한에서는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PGNiG와 가스프롬 사이의 불화는 유럽과 러시아 간 에너지를 둔 갈등에 대한 첫 번째 시험 무대라고 FT는 전했다. 무엇보다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키로 한 러시아의 결정은 향후 유럽 전역에 가스 공급을 걸어 잠글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평가다.
 
S&P 글로벌의 에너지 분석가인 로랑 루세카스는 "이는 유럽의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경고 사격"이라며 독일에서 폴란드로 대체 가스를 들여오는 것은 유럽의 가스 가격 상승에 더 큰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러시아의 공급 중단 계획에 대한 소식이 전해진 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선물시장에서 17% 가량 올랐다.
 
EU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3분의 2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 차단으로 인해 경제 활동을 지속하는 데 상당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폴란드 당국은 시민들을 안심시기키 위해 러시아의 조치가 가스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나 모스콰와 폴란드 기후장관은 "러시아산 석탄, 가스,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을 완전히 차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심할 수 있다”며 자국의 가스 저장 시설은 현재 76% 가량 가득 차 있다고 강조했다.
 
피오트르 나임스키 폴란드 에너지 안보 담당관은 "이것은 전환점”이라며 “우리는 야말 계약이 종료되는 오는 12월 말에 러시아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로 계획했으나 러시아가 이를 가속시키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대처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외에도 가스를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소스가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발트해 시비노우이시치에에 있는 LNG 터미널이나 필요하다면 독일과 체코에서 가스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노르웨이의 가스전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도 오는 10월 개통될 예정이다.
 
폴란드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와 가스프롬을 포함한 기업 등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