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쌍용차 "12년 무파업인데 강성노조라니"...경영정상화에 노조도 한마음 구슬땀

2022-04-14 21:00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생산라인에서 로봇이 차체 지붕 조립과 용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임직원들이 성공적인 재매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일념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맡겨진 임무 이상을 해내겠다는 각오다. 특히 임직원들은 12년 무파업으로 협력적 노사관계의 새 이정표를 제시했지만, 2009년 ‘옥쇄파업’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13일 쌍용차는 기자 대상 평택 공장 투어를 진행하며 주요 모델 생산 과정을 공개했다. 쌍용차 평택 공장은 소형 SUV ‘티볼리’를 비롯해 준중형 SUV ‘코란도’, 대형 SUV ‘렉스턴’,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칸’ 등을 혼류 생산하고 있다. 최근 양산에 들어간 쌍용차 첫 번째 전기차 모델인 ‘코란도 이모션’도 평택 공장에서 생산한다.

특히 쌍용차 부활의 중책을 맡을 중형 SUV ‘J100(프로젝트명)’은 현재 파일럿 2단계에 이르고 있다. 파일럿 3단계까지 거쳐 오는 6월 양산에 돌입해 7월부터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J100의 완성도 수준은 70%다. 

공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자동화 로봇이 한눈에 들어왔다. 로봇이 알아서 용접을 해주고 차체 지붕을 날렵하게 들어 부착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안종석 쌍용차 차체1팀 과장은 “자동화 용접률과 이송률은 100%에 볼팅은 70% 수준”이라며 “최신 기술을 적용하면서 별도 검수 과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차체 조립 완성도가 뛰어나다”라고 설명했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생산라인에서 임직원이 '티볼리' 조립 공정에 여념이 없다. [사진=쌍용자동차]

특히 쌍용차 장점인 높은 내구성을 확보하는 장면을 군데군데 확인할 수 있었다. 탑승객 보호를 위한 주요 부위에는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로부터 기술 혁신을 인정받은 탄소복합재 등 다양한 첨단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조립라인에서는 구슬땀을 흘리는 쌍용차 임직원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들이 현장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눈빛이다. 경영 어려움으로 인해 1000여명의 생산직 직원을 500명씩 2개조로 나눠 월별로 무급휴직을 하고 있어 근무 인력이 많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2명 이상의 몫을 해내겠다는 의지다.

송영승 쌍용차 조립1팀 팀장은 “무급휴직에 따른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위해 기술직은 2개조 50%만 투입하고 있으며, 사무직은 30% 3개조로 편성하는 전환배치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어려움이 많지만 언제라도 생산라인에 인력을 투입, 약 4%의 생산효율 증대를 이뤄내는 등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쌍용차 평택 공장은 1라인(코란도, 티볼리, 티볼리 에어) 연간 생산량이 12만5000대지만 올해 생산 목표는 53% 수준인 6만4550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3라인(렉스턴, 렉스턴 스포츠&칸)은 12만5000대에 생산 목표는 5만8780대(47%)를 잡았다. 2라인은 가동을 잠정 중단 중이다. 2019년만 해도 라인별 40대 이상 생산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20여대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생산라인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임직원들의 모습 [사진=쌍용자동차]

공장 견학 이후에는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쌍용차 임직원들과의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임직원들은 쌍용차 회생 과정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일부 왜곡된 시선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강상길 쌍용차 생산1담당 부장은 “회사가 어려워진 부분은 저희 책임이 가장 크다는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 “후배들의 일자리를 이어가고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나아가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에 일조하는 쌍용차의 역할은 물론, 자구안을 통해 절반 가까운 인원이 무급휴업을 시행하는 임직원들의 희생을 이해관계자 모두가 알아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쌍용차는 판매감소에도 불구하고 복지축소 및 인건비 절감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함께 지난해 7월부터 시 행 중인 무급휴업 등 추가 자구안 시행효과로 영업손실을 큰 폭으로 개선하고 있다. 순환 무급휴업 시행에 따라 영업손실 규모는 지난해 4분기부터 연속 개선되며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30% 이상 나아졌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생산라인 자동화 공정 모습 [사진=쌍용자동차]

선목래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임직원들은 하루빨리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맡겨진 임무 그 이상을 수행해나가겠다는 절실함이 가득하다”라며 “특히 12년 동안 무파업으로 협력적 노사관계를 보여준 쌍용차에 대해 강성노조라는 일부 선입견은 큰 안타까움이며, 이 기회를 빌려 왜곡된 시각이 바로잡히길 소망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용을 유지하면서 비용 절감이 가능한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재무적 방안을 노사가 함께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는 “쌍용차의 노사관계 선진화 노력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재조명하고 재도약을 위한 바람직한 모범사례”라며 “노사가 경쟁력 제고와 고용안정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노사관계 전환을 위해 노사 상호 신뢰와 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전환하길 희망한다”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에디슨모터스와 4차 실무협의까지 했지만 평택 공장 부지에 대한 접근이 과도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라며 “향후 재매각 과정에서 평택 공장 부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자금력 논란을 해소하면서 기술력도 뒷받침한 곳이 우리를 인수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의 회생 절차 재추진 허가에 따라 인수 내정자와 조건부 계약을 맺고 공개입찰로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재매각에 나선다. 내달 인수 내정자를 선정한 뒤 6월 말까지 최종 인수 예정자를 확정한 후, 7월에는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등 재매각 회생계획안 가결기간이 10월15일까지 일사천리로 추진할 계획이다. 인수에 관심을 보인 곳은 KG그룹, 쌍방울그룹, 사모펀드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 등 6~7곳으로 알려졌다.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전경 [사진=쌍용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