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재매각, 'KG vs 쌍방울' 2파전…관건은 '전기차 비전'

2022-04-10 18:38
KG, 4300억대 자금ㆍ컨소시엄 준비
쌍방울 계열 광림, 4500억 실탄 마련
'강판 공급...특장차' 효율 셈법 분주

쌍용자동차 인수전이 KG그룹과 쌍방울그룹 간 2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자금력만 놓고 보면 KG그룹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패러다임 전환이 빨라지면서 미래차 비전 제시도 중요한 항목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재인수전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KG그룹과 쌍방울그룹 간 경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우선 재계순위 63위인 KG그룹은 국내 최초 비료회사인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을 모태로 이니시스, KFC코리아,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하며 회사 규모를 불렸다. 그룹 지주사 격인 KG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4조9315억원, 영업이익 4671억원을 기록했다. KG스틸은 같은 기간 매출 3조3547억원, 영업이익 2969억원을 올렸다.

KG케미칼과 KG스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3636억원, 678억원이다. KG그룹은 동부제철 인수 당시 손을 잡았던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가 자금 조달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은 특장차 제조 계열사인 광림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 인수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그룹 매출 규모와 자금력은 KG그룹보다 열세다. 지난해 광림 매출은 1884억원, 영업이익은 112억원이었다. 광림과 함께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엔터테인먼트사 아이오케이는 243억원, 나노스는 514억원, 비비안은 1878억원 등 지난해 계열사 매출 총합은 4000억원대 수준이다.

그러나 광림은 쌍용차 인수자금 4500억원 조달 준비를 이미 끝낸 상태며, 옵션으로 다수 투자자의 투자 제의를 받고 있어 추가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두 기업 모두 쌍용차 인수자금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쌍용차 인수 이후 추가 자금 투입이 남아 있다. 쌍용차는 회생 채권 및 회생 담보권 8352억원, 공익채권 7793억원 등 1조5000억원대 빚이 있고 매년 운영자금만 3000억원대가 필요하다.

양사는 쌍용차의 전기차 비전도 아직 언급하지 않고 있다. KG그룹은 쌍용차 인수로 KG스틸이 생산하는 강판 공급 등 시너지 창출을, 광림은 특장차에서 생산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공차공학부 교수는 “이번 재매각 절차에서 쌍용차 인수 의향만으로 주식을 불리는 악용 사례를 금융당국이 확실히 제어할 필요가 있다”면서 “KG그룹과 쌍방울그룹 모두 전기차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는 시기에 어떠한 전동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부실기업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정 기업들의 주가 이상 변동에 대해 집중 감시를 예고했다. 앞서 쌍용차 인수합병 우선권을 쥐었던 에디슨모터스가 자회사 에디슨EV의 주가 급등 뒤 대주주 투자조합이 주식 대부분을 처분하는 ‘먹튀’ 논란이 나오자 이를 엄중 조치하겠다는 경고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