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법으로 바꾼 세상] ②다시 자연으로…불법 무허가 계곡 정비

2022-04-18 09:53
왕방계곡 식당 대표 "계곡이 살아났다. 올여름 장사 기대"
청정계곡 관광명소화 사업 추진
하천감시원 권한 강화 등 하천법 개정 노력

17일 오후 경기도 동두천 왕방계곡 모습. [사진=이승재 기자]

일요일인 지난 17일 오후 1시쯤 경기도 동두천시 왕방계곡에 접한 A카페. 낮 기온이 영상 25도 안팎의 더운 날씨에 흰옷을 입은 10대 소녀가 오빠와 함께 바지를 걷어 올리고 계곡을 누비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민물고기를 잡기 위해 작은 뜰채로 연신 물을 떠올렸다.

이 카페 야외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가족 단위 행락객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커피 등을 마시거나 간단한 식사 메뉴로 휴일 한낮을 행복하게 보내는 모습이었다.

이 카페는 지난 2020년까지 10여년 동안 계곡 주변에 평상을 설치하고 삼겹살과 닭백숙 등을 팔던 전형적인 불법 계곡 식당이었다. 그러다 큰 화재가 난 이후 식당을 접고 3층짜리 카페 건물을 짓고 영업을 재개했다.

캠핑용 앞치마를 두른 카페 대표 김모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식당이 큰불로 다 타버리고 카페를 차렸는데 때마침 당시 경기도 계곡 정비 사업이 시작됐다. 주변 식당 불법 시설물이 철거되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그에게 계곡 정비 사업 이후 달라진 왕방계곡에 대해 묻자 "카페를 시작하면서 불을 피워야 하는 음식은 만들지 않는 등 계곡을 잘 보호하고 있다. 다른 식당 주인들도 평상, 오두막 등 불법 설치물을 다시 세우는 건 꿈도 안 꾼다"고 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이곳을 찾은 정모씨(51)는 "예전에는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매캐했고 노래방 기기 소리로 계곡 주변이 어수선했는데 이제는 정말 깔끔해졌다. 계곡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찾아서 너무나 좋다"고 활짝 웃었다.  

계곡입구 B식당 주인 박모씨는 "지난해 왕방계곡 정비가 마무리됐다. 계곡을 따라 공영주차장과 화장실을 설치했고, 계곡 입구로 내려가는 계단도 잘 만들었다. 이제 올여름 장사가 어떻게 되느냐가 문제다. 아무래도 계곡을 찾는 분들이 더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경기도가 지난 2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이룬 계곡정비 사업은 올해 행락철이 시작되면서 시민, 도민들이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다시 살아난 왕방계곡에 나란히 위치한 A카페의 야외 전망 [사진=이승재 기자]

경기도 동두천시 왕방계곡에 새로 설치된 공중화장실(왼쪽)과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 모습. [사진=이승재 기자]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기도는 하천법 개정 등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돌아온 청정계곡을 관광명소로 탈바꿈하려 한다.
 
18일 경기도청에 따르면 하천법 개정 등을 통해 하천감시원 권한 강화, 계곡 불법 영업행위 근절을 위한 벌칙조항 강화 등을 추진 중에 있다.

매년 하천·계곡에 천막과 평상을 설치해 자릿세를 요구하는 휴가철 불법 영업으로 부당이익을 얻고 물흐름 방해, 자연환경 훼손 등 수해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경기도는 공정한 사회의 일환으로 하천 불법행위 근절대책을 도정핵심 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하천불법 근절조치 후 2020년 9월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잘한 결정”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98%였다. 올해 기준 25개 시·군 하천구역 내 불법시설물 1만2042개 중 1만2020개의 철거가 완료돼 철거율 99.8%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불법시설물이 철거된 하천의 사후관리를 위해 하천불법 재발방지 및 감시체계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운영을 추진 중이다. 하천법 제72조는 하천관리원의 자격을 그 소속 공무원으로 국한해 전문인력들은 단속 권한 없이 감시 업무만 수행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지난 3월 하천법 제72조 하천관리원의 지정범위를 ‘그 소속 공무원이 인정하는 자’로 민간까지 확대할 것을 건의했다. 단속 권한 없는 하천감시원이 적발한 불법행위를 하천관리원이 재단속하는 비효율적인 하천관리 체계를 개선할 수 있고, 일자리 사업으로 고용창출 효과까지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매년 행락철 하천·계곡에 천막과 평상을 설치해 자릿세를 요구하는 불법 영업행위 근절을 위해 하천법 제94조 및 제95조의 개정도 건의했다.

그간 자릿세 요구 등 불법 영업수익 대비 위법행위에 대한 벌금이 미미해 업주들의 불법영업이 횡행했다. 행락철 2개월간 자릿세로 인한 수익 발생으로 일부 지역에선 권리금이 1억원 이상 형성되기도 했다.

하천 불법 점용관련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 현행 하천법 제95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하천법 제94조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을 강화했다. 
 

청정계곡 불법근절 시군 영상회의 [사진=유대길 기자]

또한 경기도는 ‘청정계곡’의 관광명소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청정계곡으로 거듭난 하천‧계곡에 맞춤형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홍보 활동도 지원하려고 한다.
 
지난 10일 경기도는 불법 시설물을 철거한 포천 백운계곡, 여주 주록리계곡, 가평 용소계곡 등 청정계곡 3개소에 이어 올해 11개소를 관광명소화 사업대상지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추가된 11개소는 ▲가평 어비계곡 ▲가평 조종천 ▲양주 장흥계곡 ▲남양주 청학계곡 ▲광주 남한산성계곡 ▲동두천 탑동계곡 ▲연천 아미천 ▲고양 창릉천 ▲의왕 청계계곡 ▲용인 장투리천 ▲양평 사나사계곡이다.
 
도는 이들 하천‧계곡에서 주변 관광지, 둘레길, 캠핑장을 연결한 지역관광코스뿐만 아니라 계곡 주변 숲·자연·생태 우수지역을 활용한 힐링 명상 체험프로그램, 벚꽃‧단풍 등 계절별 특색을 담은 특화 코스 등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다.
 
또한 청정계곡 홍보 마케팅 확대 방안으로 ‘관광 알리미 운영’ 등 인플루언서(사회관계망서비스 유명인) 활용, 방송(드라마, 예능) 등 PPL(간접광고) 추진, 전 국민 대상 알리미 공모, 개인 블로그 및 유튜브 활용, G버스, 옥외광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벤트 등 온·오프라인 홍보를 확대 추진한다.
 
최용훈 경기도 관광과장은 “도민들이 경기도만의 특화자원인 청정계곡을 마음의 안식처로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계획”이라며 “청정계곡이 도민에게는 더 풍부한 즐길거리로, 지역주민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다. 오래도록 또 오고 싶은 관광명소로 청정계곡을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불법시설물 정비 전 동두천 왕방계곡 [사진=경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