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라스베이거스⑤] "아미는 방탄의 건전지"…팬들의 응원은 BTS도 춤추게 한다

2022-04-11 00:00

방탄소년단 미국 라스베이거스 '퍼미션 투 댄스' 콘서트 [사진=빅히트뮤직]

[미국 라스베이거스=최송희 기자] 웬만해서는 그들을 막을 수 있다.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방탄소년단과 객석에서 뜨거운 열정을 쏟아내는 '아미'의 힘은 폭발적이었다. "춤추는 것을 허락받을 필요 없이" 그동안의 아쉬움을 털어내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은 자유롭게 보이기도 했다.

4월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대면 콘서트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가 열렸다.

얼리전트 스타디움은 지난 2020년 7월 개장한 미식축구 경기장으로 NFL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의 홈 경기장으로 사용 중이다. 총 6만5000여명이 수용 가능한 거대 규모 공연장에는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한 팬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본 공연은 오후 7시 30분이었으나 오후 3시께부터 팬들이 공연장에 모여들었다. 이날 라스베이거스는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으나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긴 대기 시간을 함께 즐겼다. 

미국 텍사스에 사는 올리비아는 방탄소년단을 보기 위해 가족들과 라스베이거스를 찾아왔다. '더 시티' 프로젝트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머천다이즈를 들고 나타난 그는 이번 공연에 관한 기대와 설렘을 드러냈다. 올리비아는 "이번 공연에서 함께 노래하고 춤출 수 있다는 생각에 어젯밤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오늘 현장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방탄소년단 콘서트 [사진=빅히트뮤직]

올리비아의 바람대로 이날 공연은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가까이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들로 꾸며졌다. 방탄소년단의 인기곡 '퍼미션 투 댄스'의 메시지에 걸맞게 '위 돈 니드 퍼미션(we don't need permission, 우리에게 허락은 필요 없어)'이라는 문구로 공연의 막을 열었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VCR는 방탄소년단이 취조를 받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이들은 자신을 가두고 속박하는 취조실을 벗어나 '실제' 무대에 발을 디디며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했다. 메가 히트곡인 '온'을 시작으로 '불타오르네' '쩔어'까지 연달아 선보인 이들은 더욱 향상된 라이브 실력과 칼군무로 글로벌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진이 손가락 부상을 당해 함께 춤을 출 수는 없었지만 그는 무대 한 쪽에서 팬들과 호흡하며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을 보여주어 큰 환호를 끌어냈다.

이날 공연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팬들의 함성과 떼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로나19 범유행으로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자랑거리였던 떼창과 응원 소리를 들어 볼 수 없었던 상황.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에서도 함성 대신 박수 소리와 응원봉 불빛이 콘서트장을 채웠던 바 있다. 코로나19 이전처럼 팬들은 콘서트를 즐겼고 방탄소년단 구성원들도 더욱 '불타오르는' 모습이었다.

지난 서울 공연처럼 이번 라스베이거스 공연 역시 '만남'이라는 주제에 집중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방탄소년단과 글로벌 아미들의 만남인 만큼 솔로곡, 유닛곡보다는 일곱 멤버들의 무대에 초점을 맞추었다. 히트곡인 '라이프 고즈 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세트 리스트를 선보이되 기존 곡들을 다채롭게 편곡하며 팬들에게 새로운 선물을 안기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퍼미션 투 댄스' [사진=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이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팬들은 방탄소년단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파도타기를 하는 등 콘서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대 위 전광판에는 전 세계 곳곳에서 모인 아미들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팬들은 한국어로 '방탄소년단을 응원합니다' '방탄소년단은 영원하다'라는 등의 응원 문구를 정성껏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거나 한글로 쓴 응원 문구를 흔들며 방탄소년단과 한국을 향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무대인 '퍼미션 투 댄스'를 앞두고 방탄소년단은 팬들과 직접 만나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데 큰 감동을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제이홉은 "바다에 온 기분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에 있는 도시인데 바다에 온 기분이 든다. 여러분의 '파도타기'를 보고 정말 큰 감동을 하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역시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만나면 사막도 바다가 된다. 기회가 된다면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전 세계에서 우리를 정말 많이 사랑해주고 계시는구나. 그것에 맞게 앞으로도 최고의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지민은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요즘 여러분 덕에 정말 행복하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힘들었는데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나누고 눈을 보고 춤을 추며 즐기니 정말 행복하다. 앞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더는 소원이 없을 것 같다. 오늘 즐겨주고 응원해주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인사했다.

정국은 "지금 컨디션이 정말 좋다. '풀 오브 에너지(full of energy)'다. 이 에너지라면 공연을 한 번 더 할 수도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라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고, 진은 "분명 4~5시간 전만 해도 다들 '컨디션이 최악이다' 하면서 골골거리고 있었는데 무대를 보니 아이들이 힘이 펄펄 넘치더라. 제가 보았을 때 '아미' 여러분은 방탄소년단의 건전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미 여러분들 덕에 움직인다. 우리를 움직이게 해주는 '아미', 사랑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왼쪽부터) RM, 뷔, 진, 제이홉 [사진=빅히트뮤직]

슈가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몰랐다. 우리가 'AMA' 대상을 받고 그래미에 후보 지명되며 코로나19 범유행을 겪고 다시 여러분을 만나게 될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얻은 교훈은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일은 그냥 두자는 점이다. 바람 가는 대, 물 가는 대로 여러분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인사했다. 

뷔는 "여러분이 정말 보고 싶었다.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은 하나뿐이다. '아미분들 정말 보고 싶어서 미쳤고, 오늘 만나서 미쳤고, 집에 가서 또 미칠 예정이다'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RM은 "제가 15살 때 처음으로 미국 여행을 했었다. 2009년쯤이었다. 아버지가 저를 데려갔는데 되게 재미없는 여행이었다.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건데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을 찍고 쇼핑하고 음식점에 가는 식이었다. 마지막 관광지가 라스베이거스였는데 네온사인과 사람들의 표정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였다. 당시 음악을 포기하고 지냈을 때였는데 다시 이렇게 '음악'을 하며 라스베이거스를 찾게 될 줄 몰랐다. 이렇게 라스베이거스에서 특별한 밤을 만들어주어서 고맙다. 15살의 남준이에게 '다음에 오게 될 라스베이거스는 정말 멋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인사했다.
 

(왼쪽부터) 방탄소년단 정국, 지민, 진 [사진=빅히트뮤직]

한편 방탄소년단은 8~9일과 15~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총 4차례 대면 콘서트를 진행한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는 '더 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콘서트와 도시를 연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얼리전트 스타디움을 시작으로 약 5km에 걸쳐 라스베이거스 중심부인 스트립 지역 인근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마련하여 아미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