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인플레 불끄기··· 한시적 부가세 인하 검토하자
2022-04-11 15:30
물가안정과 경제활성화 두토끼를 잡기 가능
물가가 급등하는 일차적인 원인은 원유와 원자재가격 상승이다. 지난 2년 동안 원유가격은 20.5달러에서 100.3달러로 500% 뛰었다. 유가가 폭등한 원인은 코로나 사태 이후 원유에 대한 수요와 공급과정이 불안해지면서 원유가격이 꾸준히 오르던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공급불안 심리가 급격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유가격만 급등하는 게 아니다.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니켈가격은 지난 2년 동안 11.4달러에서 32.1달러로 세 배 가까이 올랐으며 구리는 톤당 4939달러에서 1만368달러로 두 배 폭등했다. 국제 농산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소맥 가격은 부셸 당 568달러에서 1006달러로 두 배 뛰었고 옥수수도 341달러에서 749달러로 상승했다. 중요한 것은 원유가격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기 이전부터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올랐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원자재 가격이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
지난 2년 동안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펴진 산불이 빠르게 공산품가격의 앙등으로 번지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 생산자물가를 보면 2020년 0.5% 밖에 상승하지 않던 것이 2021년 3월 4%를 넘기 시작하여 같은 해 11월에는 9.8%까지 치솟았다. 물론 그 이후 조금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8% 넘는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생산자물가 지수에서 약 60%를 구성하는 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그보다 4% 포인트~5% 포인트 더 높아서 지난해 11월의 상품가격 상승률은 15.0%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수입공산품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2021년 2월 원화표시 수입공산품 가격 상승률은 –0.1%였지만 2021년 4분기 수입가격 상승률은 20%를 넘어섰고 금년 1분기 상승률도 20%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금액에서 원유와 에너지 수입금액은 약 1300억 달러로 약 5분의 1 수준이지만 공산품 수입액은 그보다 네 배가 넘는 약 5000억 달러이다. 따라서 공산품 수입가격이 오르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원유가격 상승의 효과보다 훨씬 더 크다. 원유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서 시작한 인플레라는 산불이 이미 공산품 가격급등으로 옮겨 붙었고 다시 서비스 가격과 임금 상승으로 옮겨 붙기 시작했다. 3월 서비스물가 상승률도 3.1%를 기록하여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 코로나로 전 세계적인 인플레가 촉발된 근본원인은 글로벌 유동성 과잉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2007년 본원통화가 7000억 달러였는데 2021년에는 6조7000억 달러로 폭증했고 유로지역도 같은 기간 1.1조 유로에서 6.1조 유로로 급등했으며 일본도 96조엔에서 618조엔으로 엄청나게 불어났다. 모든 선진국들이 엄청나게 통화를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 이상하리만치 안정되었던 이유는 풀린 돈들이 거의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만 머물면서 부동산 가격과 주가만 끌어올렸을 뿐 인플레를 촉발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 사태로 공급망 교란을 불러오면서 공급요인에 의한 인플레가 촉발되면서 거의 모든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러자 자본시장에서 맴돌던 부동자금들이 서둘러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서 빠져 나와 상품시장으로 몰려들면서 현물 및 선물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세계적인 인플레를 야기한 것이다.
인플레 대책을 모색하려면 인플레 상승의 구조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3월 인상폭 4.14% 포인트를 지출유형별로 살펴보면 1.37% 포인트가 교통비용 상승이고 0.84% 포인트는 음식숙박비용 상승이며 그 다음으로 주택수도전기연료 비용 상승이 0.59% 포인트, 그리고 식료음료품 가격 상승이 0.54% 포인트 기여했다. 이들 네 지출품목의 상승 기여도를 다 합하면 3.34% 포인트로 전체 물가 상승 4.14%포인트의 80%를 차지한다. 그런 관점에서 미시경제적 인플레 대책은 분명하다. 교통비용, 음식숙박비용, 식료음료품비용, 전기연료비용 등의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위해서라도 이들 부담은 억제되어야 한다.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유류세 경감이나 보조금, 유가환급금 지급은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나 소상공인과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교통비용 절감대책은 보다 과감하게 집행될 필요가 있다. 물가안정과 경제활성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차원에서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1%~2% 포인트 인하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6조원의 세금으로 바우처 지급과 같이 나누어주는 정책보다는 1% 포인트 부가세를 낮추어 시장가격기능을 활용하는 정책이 신속하고 효율적일 것 같다. 물론 부가가치세 세수가 약 6조원 줄어드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물가도 낮추고 경제 활성화 효과도 감안한다면 세수감소 효과는 그만큼 상쇄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전 품목 부가세 인하가 어렵다면 일부 취약계층에 민감한 품목이라도 낮추어 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줄이고 기준금리를 올리는 정책은 당연히 필수적이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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