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빅스텝' '양적긴축' 카드 동시에…2013년 긴축발작 재현 긴장감

2022-04-07 14:00
전례없는 센 긴축 예고…월 950억달러 자산 축소
시장 예상 웃도는 강력한 조치…세계 증시 하락하고 국채금리 급등하나

 
전례 없는 센 긴축이 예고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과 ‘양적긴축’을 동시에 진행할 전망이다. 널뛰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의 고삐를 꽉 쥐겠다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2013년처럼 세계 주요 증시가 하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긴축발작(taper tantrum·테이퍼 텐트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준이 6일(현지시간)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가 이르면 내달부터 진행될 전망이다.
 
의사록은 "회의 참석자들은 (양적긴축의) 월 상한선을 미 국채 6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350억 달러로 하는 게 적절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며 "월 상한선은 시장 상태에 따라 3개월 또는 그보다 약간 더 긴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AP·연합뉴스]


 
추후 3개월에 걸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재투자하는 대신 소멸시키는 식으로 대차대조표상 자산을 줄이는 롤 오프(roll off)를 통해 월 국채 6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 350억 달러를 각각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는 시장의 유동성을 빠른 속도로 빨아들인다는 점에서 금리인상보다 더 센 긴축으로 통한다. 더구나 월 950억 달러(약 115조7000억원)에 달하는 한도는 직전 대차대조표 축소, 즉 양적긴축 시기인 2017~2019년보다 급격한 속도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당시 연준은 월 상한선을 500억 달러로 제한한 데다가, 100억 달러부터 시작해 500억 달러 수준에 도달하는 데 1년이 걸렸다.

더구나 3월 FOMC 회의 참석자들은 "이르면 5월 다음 회의가 끝난 뒤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하는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연준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의사록은 참석자 다수가 50bp(1bp=0.01%포인트) 인상에 기울어 있다고 전했다. 5월 FOMC 정례회의 때 50bp 인상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연준은 지난 3월 FOMC 회의 때 기준금리를 25bp 올렸다.
 
이번 회의록이 나온 뒤 공격적인 긴축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며 주식 시장이 출렁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비둘기파로 통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이 매파로 돌아선 데 이어 이번 회의록 공개는 시장에 '원투펀치'를 날린 셈이라고 평했다. 10년물 금리는 지난 4일 2.41%에서 이날 2.61%로 치솟았고, S&P 500지수는 2거래일 동안 약 2% 하락했다.

WSJ는 연준의 긴축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지난 2013년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5월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시사한 뒤, 세계 주요 증시가 폭락하고, 국채금리가 급등했던 '긴축발작(taper tantrum·테이퍼 텐트럼)'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