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수입 금지부터 푸틴 딸까지, 더 센 대러 제재 패키지 나올까

2022-04-06 15:12
석탄 금지, 에스크로 계좌 등 EU 제재 '촉각'
러 달러 보유고 고갈…전방위적 에너지 제재 없이 가능할까

 
서방이 러시아 경제를 겨냥한 더 강력한 제재 패키지를 이번주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를 비롯해 석유 거래에 에스크로 계좌를 도입하는 등 에너지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러시아의 달러 보유고를 말리기 위해서는 에너지 제재가 필수적이나, EU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석탄부터 푸틴 딸까지?…EU 제재 촉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위원장 [사진=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위원장 트위터]]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연간 40억 유로(약 5조3265억원)에 달하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금지 조치를 EU에 제안했다고 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EU 및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6일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주 중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고강도 제재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는 “석유 수입 금지 조치를 포함한 추가 제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세금 부과 혹은 에스크로 계좌 등 일부 회원국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독일은 러시아산 석탄 금수 조치와 관련, EU와 시행 시기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독일 고위 관리가 블룸버그에 전했다.
 
러시아는 유럽 대륙에 발전용 석탄(thermal coal)의 절반가량을 공급하는데, 이는 발전소에 연료를 공급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아울러 EU집행위원회는 EU에 농산물, 인도적 원조, 에너지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러시아 선박과 화물 트럭 등의 EU 진입을 금지하는 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LNG 장비 판매 제한, 국방 분야 등 주요 산업에 사용되는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확대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EU집행부는 국제결제시스템(스위프트·SWFT)에서 VTB은행 등 러시아 은행을 완전히 배제하는 안과 함께 올리가르히 등 개인에 대한 제재도 검토 중이다. 개인에 대한 제재 중에는 푸틴 대통령의 딸 둘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현재 EU는 석유나 가스를 제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제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27개 회원국 모두의 지지가 필요해서다.

EU 고위 관리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즉각적인 전면 금수 조치가 어렵다면, 단계적인 수입 금지 혹은 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세 부과, 석유 대금 결제에 에스크로 계좌 도입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에스크로 계좌는 입금은 자유로우나 출금이 제한되는 특수 계좌로, 서방의 에너지 대금이 즉각 러시아 전쟁 자금줄이 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러시아 곳간 비워라…에너지 제재 없이 가능한가

러시아산 석탄 주요 수입국 (2020년 기준, 단위: 백만톤) [출처: 국제에너지기구(IEA) 2021 석탄 보고서(Coal Report)]

미국은 새 제재에 러시아에 대한 모든 신규 투자 금지, 러시아 금융기관 및 국영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 러시아 정부 당국자 및 그 가족에 대한 제재를 포함할 계획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와 관련 "러시아는 자원이 무한하지 않다"며 "심각한 손상을 주는 제재를 감안할 때 그들은 달러 보유고를 고갈시키거나, 새로운 수입을 창출하거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되거나 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최근 미국 금융기관 내 러시아 정부 계좌에서 이뤄지는 달러 부채에 대한 상환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러시아가 채권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자국 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고갈시키도록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의 다크넷 마켓 사이트인 '히드라마켓'과 가상화폐거래소인 '가란텍스'를 추가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온라인 암시장으로 통하는 다크넷 마켓에서 가상화폐를 이용한 러시아의 거래와 재원 마련을 차단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시행되지 않는 한, 러시아 곳간을 고갈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3월 25일 기준으로 현재 6040억 달러(약 733조원)로, 이 중 60% 이상이 동결된 상황이다. 이는 지난 2월 최고치보다 388억 달러 줄어든 수준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로 막대한 돈을 벌어 들이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러시아가 원자재 수출로 올해 3210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