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의심' CCTV 지운 어린이집 원장...'무죄' 취지 파기환송
2022-04-06 09:20
현행법은 영상정보를 안전하게 관리 못해 훼손당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스스로 훼손한 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당시 5세인 한 원생의 부모로부터 '담임교사가 아이를 방치한 것 같으니 CCTV 녹화 내용을 보여 달라'는 요구를 받고 공공형 어린이집 지정 취소를 우려해 영상 녹화를 삭제한 혐의(영유아보육법 위반)를 받았다.
구 영유아보육법(2020. 12. 29. 개정 전) 15조의5 3항은 어린이집 운영자가 설치한 CCTV의 영상 정보 분실·훼손을 막기 위한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동법 54조 3항은 이런 안전성 확보 조치를 하지 않아 영상정보를 분실·도난·유출·변조 또는 훼손당한 사람을 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현행법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영유아보육법은 주의 의무 위반으로 결과적으로 영상 정보를 훼손당한 어린이집 운영자를 처벌한다는 취지로 해석해야지, 이 사건처럼 운영자가 스스로 영상 정보를 훼손하거나 분실한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2심은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라 함은 '영상정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며 '훼손당한 자'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법조문을 확장 해석했다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먼저 "폐쇄회로 영상 정보를 직접 훼손한 어린이집 설치·운영자가 '영상 정보를 훼손당한 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한 자'라는 문언은 타인이 어떤 행위를 해 위해 등을 입는 것을 뜻하고 스스로 어떤 행위를 한 자를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영유아보육법의 규정 태도는 '영상 정보를 스스로 훼손·멸실·변경·위조 또는 유출한 자'를 형사처벌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