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완구] 유튜브에 밀리고 규제에 치이고… 좁아진 완구 입지

2022-04-18 05: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완구 업계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저출산 기조와 정보기술(IT)의 발달,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여파로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한때 700여개 기업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던 완구 산업은 경제성장과 산업구조조정의 후폭풍 속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및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구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정도로 추정되며 이 중 약 60%를 수입 완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는 몇 년째 큰 변화가 없지만, 시장 내 캐릭터 완구, 스마트완구, 교육 완구 등의 점유율은 높아지는 반면 전통 완구 점유율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완구업체 수는 2005년 461곳에서 2019년 80곳으로 83%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완구업체 종사자 수는 2881명에서 1724명으로 1000명 넘게 감소했다. 현재까지 생존한 대형 장난감 회사는 영실업, 손오공, 오로라월드뿐이다.
 
주 매출 창구였던 수출도 쪼그라들었다. 1990년 수출 세계 3위에 오를 정도로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했던 국내 완구산업은 지난 2000년(2400억원)을 기점으로 20년째 수출이 급감 중이다.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 완구 수출액은 7438만4000달러(약 842억원)로 줄어든 반면 2000년 1억7900달러였던 완구 수입액은 지난해 약 7억6224만달러(약 8628억원)로 4배 이상 급증했다. 2000년만 해도 수출과 수입은 엇비슷했으나, 20년 만에 수입이 수출보다 열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전통 완구산업의 경영난 원인으로는 유튜브 등 IT산업을 기반으로 한 각종 콘텐츠의 발달과 낮은 출산율이 꼽힌다. 출산율이 지속해서 줄며 전통 완구를 소비할 대상이 줄어든 가운데 유튜브 등 놀 거리가 다양해지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장난감, 봉제인형과 같은 전통 완구로부터 멀어진 것이다.
 
이에 많은 국내 기업들은 애니메이션 등 인기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전통 완구업체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들 대부분이 평균 매출액이 1000만원도 안되는 10인 미만의 영세 소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인건비 상승과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원자재 및 해외 물류비용으로 심각한 매출에 타격 입고 있어 기존 사업을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여기에 어린이완구안전기준 및 KC 인증 규제까지 더해져서 업체들이 존폐 위기에 놓이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에 유통되는 완구 제품들은 안전확인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외 직구 제품은 이러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해외 직구 제품은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판매돼 KC인증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완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국내 완구 시장 규모는 디지털 콘텐츠 제조 업체 등 다양한 산업군과 합쳐 조사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완구 판매량은 몇 년째 정체된 상태”라며 “특히 코로나로 비대면 소비가 활발해지며 안전 검사를 받지 않은 해외 직구 제품들까지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어 비싼 비용을 들여 검사받은 기존 업체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완구 제조업체는 대부분 생산품이 아닌 수입품을 취급하는데, 코로나19 이후 해운 운임이 4배 이상 급증하며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올라간 물가만큼 제품에도 그 가격이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시장에서 외면 받을 게 뻔하니 기업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