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회원국 가담한 비축유 방출…유가 100달러 아래 안정될까?

2022-04-03 10:21

천정부지로 치솟던 유가가 다소 안정세로 돌아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비축유 방출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01달러(1%) 떨어진 배럴당 99.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6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한 주 WTI 가격은 13%가량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 급감 공포가 퍼지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공급 부족 우려로 유가는 크게 상승했다. 이에 그렇지 않아도 인플레이션 우려에 골머리를 앓던 글로벌 경제는 더욱 긴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30개국 이상이 비축유 방출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나는 전 세계 파트너 국가와 동맹국과 비축유 방출 문제에 대해 논의해 왔다"면서 “오늘 아침 전 세계 30개 이상 국가가 비상 회의를 소집해 수천만 배럴을 추가로 시장에 방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IEA가 1일 프랑스 파리에서 장관급 회의를 열어 비축유 방출에 의견을 모은 것을 말한 것이다. 이날 IEA는 회의 뒤 성명을 내고 최근 러시아의 행보가 각국 에너지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며 비축유 방출 방침을 발표했다. 방출 시기·규모 등은 다음 주 초에 발표된다. 3월 1일 6200만 배럴 방출을 처음으로 승인한 뒤 추가 방출에 합의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바이든 대통령은 고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6개월간 매일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IEA 동맹국들이 3000만 배럴에서 50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미국 주도로 여러 국가들이 비축유 방출에 나섰지만 유가 오름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븐스 리포트 분석가들은 보고서에서 "현재로서는 연말까지 하루 200만 배럴가량 원유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본적으로 원유시장은 여전히 상승 우세를 향해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국 시기가 미뤄질 뿐 유가 상승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 안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급국들의 생산 증가와 지정학적 위기 해결이 필수적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는 5월에 원유를 하루 43만2000배럴 증산하기로 했다. OPEC 플러스는 여전히 시장에 수요와 공급은 균형이 잡혀 있으며, 최근 가격 변동성은 펀더멘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유가에 대한 불안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분석가들은 비축유 감소, 러시아에 대한 제재, 러시아 석유에 대한 구매자들의 기피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주요 공급 위기가 발생하여 세계경제 성장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븐스 리포트 애널리스트들은 "OPEC+ 산유국들이 공급 부족 환경 변화를 위해 산유량을 늘려 달라는 미국과 서방의 요구를 계속 묵살하고 있다"면서 "높은 유가 상황에서도 OPEC+는 매우 절제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수개월, 수분기 동안 유가(상승)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수는 우크라이나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평화 회담이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밀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는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북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며 동부와 남부 지역에서 주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2일 국영 TV 인터뷰를 통해 동부와 남부에서 격렬한 전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 9일에 맞춰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를 선언하고 자축하기를 원한다고 미국 정보 당국자들 말을 인용해 CNN이 2일 보도했다. 매년 5월 9일은 러시아가 2차 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맞서 승리한 것을 기리는 승전 기념일이다. 

당국자들은 푸틴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서 승리를 입증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대상으로 승리를 거두고자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이처럼 전쟁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면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는 계속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