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갖다 쓰세요" 은행 대출 활짝 열렸지만…석달째 감소한 가계대출
2022-04-03 08:00
국내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에도 3조원 가까이 줄면서 5년 만에 3개월 연속으로 가계대출이 감소했다. 은행들이 잇따라 규제의 빗장을 풀었지만 오히려 가계대출 감소 폭은 더 커졌다. 올해 들어 5조8000억원 넘게 줄었다.
금융업계는 연초 시중금리 급등과 주택 거래 부진으로 대출 수요가 위축된 데다 올해부터 대폭 강화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 한도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새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하면서 규제 완화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3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총 703조1937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7438억원 줄었다. 1월(-1조3634억원)과 2월(-1조7522억원)에 이어 석 달 연속 감소세다. 3개월 연속 감소세는 은행권이 DSR를 자율 도입했던 2016년 12월~2017년 2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5대 시중은행 여수신 계수 자료를 살펴보면 신용대출이 가계대출 감소세를 이끌었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3996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4579억원 줄었다. 2월 감소 폭(-1조1846억원)보다 대폭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신규 대출은 줄고 기존 대출은 연초 상여금, 연말정산 환급금 등으로 상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새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는 만큼 일단 상담을 받은 후 대출 정책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 수요도 많다"고 설명했다.
주담대는 소폭 늘어나며 감소세를 벗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506조7174억원으로 전월 대비 650억원 늘어났다. 전세대출 역시 지난달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세대출 잔액은 131조3349억원으로 전월 대비 3938억원 늘었다. 전월에는 1조4259억원 증가한 바 있다.
다만 증가세가 유의미하다고 보긴 힘들다는 게 은행권의 평가다. 전세대출은 1분기 전체로는 전년 말보다 2조383억원 늘어나 1년 전(5조6010억원 증가)보다 증가 폭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시중은행은 '임대차 3법' 영향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