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독일 총리에 "유럽, 가스대금 유로화로 결제 가능"

2022-03-31 09:59
가스프롬방크에 대금 지급하는 한 유로화 결제 수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유럽이 러시아 가스대금을 루블화가 아닌 유로화로 계속 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이 유럽이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지 않는 가스프롬방크에 가스대금을 지급하는 한 유로화로 계속 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3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푸틴 대통령이 숄츠 총리에게 유럽의 다음달 결제는 유로화로 계속 이뤄질 것이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가스프롬방크로 송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에서 내달 1일 이후 가스공급은 루블화로 결제해야 한다는 법령을 공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유럽 계약 상대방에게는 아무 것도 바뀌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독일 정부 대변인은 전했다.

에너지 공급대금은 계약서에 적혀있는 대로 오로지 유로화나 달러화로 결제한다는 주요 7개국(G7)의 합의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정부 대변인은 강조했다.
 
EU 관리들과 러시아 관리들이 유로-루블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도 FT는 전했다. 이러한 경우 유럽 기업들은 중앙은행에서 루블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지불은 가스프롬방크를 통해 전달돼야 한다.
 

[사진=AP뉴시스]

독일 정부는 숄츠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어떠한 제안에도 동의하지 않았지만 이와 관련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이날 가스 비상 공급계획 조기경보를 발령했다. 앞서 러시아가 오는 31일부터 가스 결제 대금을 자국화폐인 루블화로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가스공급이 제한되거나 끊길 가능성에 대비한 조처다. 러시아는 유럽이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면 가스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TTF)은 공급 차질을 우려해 9% 오른 메가와트시(MWh)당 118유로에 거래됐다. 영국은 가스 전체 수입의 4%만이 러시아산지만 영국의 가스 도매 가격 역시 섬(therm)당 6% 오른 280펜스에 거래되는 등 유럽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스트리아도 가스 수입의 8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경제전문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이 중단되면 독일의 인플레이션율이 7.5~9%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크푸르트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독일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인 볼커 빌란트는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독일의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근접할 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의 위험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는 석유를 비롯해 곡물, 비료, 금속, 목재 등 루블화 결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백악관 관계자는 “이는 무너지는 루블화를 지탱하기 위한 러시아의 또 다른 시도”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