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외무장관, 우크라전 발발 후 첫 대면...협력 재확인

2022-03-31 09:14
"양국 관계 발전은 물론, 각 분야 협력 추진할 자신감 더욱 공고해"

3월 30일 주중 러시아 대사관이 웨이보를 통해 공개한 사진으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중국 안후이성 툰시에 도착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팔꿈치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주중 러시아대사관 웨이보 갈무리]

중국과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첫 대면 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 강화 및 전략적 협력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31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30일) 중국 안후이성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중·러 관계는 국제적으로 변화무쌍한 시련 속에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강인한 발전 추세를 보였다"며 "양자 관계 발전은 물론, 각 분야의 협력을 추진할 자신감은 더욱 공고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양국 정상의 중요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새 시대 중·러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난관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협상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도 "우크라이나 문제는 유럽 안보 모순이 장기간 축적돼 폭발된 것이며 냉전적 사고의 집단 대립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어려운 국제 정세 속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이 전략적 소통을 유지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과 세계 다극화 추진에 크게 기여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전략 협력을 강화하고, 양측의 각 분야 호혜적 협력을 심화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맞서 전략 협력을 강화해온 기조대로 양국 관계 발전 및 협력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회담 직후 발표문에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세부 협력 사업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또 러시아는 제재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넣었지만 중국 외교부 발표문에는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발표문에 다시 포함하지 않았다. 

중국의 이 같은 조심스러운 접근은 오는 1일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 사회 여론을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는 1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제23차 중국-EU 정상회의를 회상으로 진행한다.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러시아 제재 행렬에는 동참하지 않고 오히려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여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