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범 잡은 의정부시 '스피드 게이트'…청원경찰 기지 발휘
2022-03-30 14:59
'스피드 게이트 통과 때 의심…돈 건네려는 수거책 붙잡아 경찰 인계'
'공공기관·민간기업 벤치마킹 이어져…운영 초 비판 긍정 평가로'
'공공기관·민간기업 벤치마킹 이어져…운영 초 비판 긍정 평가로'
30일 의정부시에 따르면 지난 3월 24일 오후 3시 20분께 청원경찰 박준범(36) 씨가 20대 여성 A씨가 보이스피싱 수거책 B씨에게 현금이 든 봉투를 전달하려 것을 붙잡았다.
봉투에는 658만원이 들어 있었다.
박 씨는 시청 내 스피드 게이트(출입통제 시스템)를 통과하려는 B씨의 신분증을 확인하며 방문 목적을 물었지만 B씨가 대답을 회피하자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후 A씨가 B씨에게 돈 봉투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직감적으로 보이스피싱이라고 감지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특히 박 씨는 도주하려는 B씨를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붙잡고 있다 경찰에 인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보이스피싱 중간책으로 의심된다"며 현장에서 긴급 체포한 뒤 불구속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시가 설치한 스피드 게이트에 청원경찰의 기지가 더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한 것이다.
시는 2018년 11월부터 청사 방호와 민원인 안전을 위해 출입통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처음이다.
당시 발달장애인단체의 청사 현관 무단 점거가 계기가 됐다.
시는 본관과 신관 중앙 현관에 9개의 스피드 게이트를 설치했다. 출입문 18곳에는 직원 신분증이나 방문증을 태그해 출입할 수 있는 전자기식 게이트도 운영 중이다.
운영 초 일부 시민단체가 '기초자치단체 중 전례가 없는 유일한 예산 낭비 사업이다', '불통행정이다'란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3년 이상 운영한 결과 '청사를 안전하게 방호한다', '민원을 안내해줘 편리하다' 등 시민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시는 민원인이 많은 일반민원실과 세무민원실을 개방하고, 그 외 부서를 방문할 때만 스피드 게이트를 통과하도록 했다.
시청을 찾은 한 민원인은 "처음 시청을 방문했다. 시청이 워낙 넓어 어디로 가야하는지 막막했다"며 "안내 직원이 민원 내용을 듣고 가야할 부서를 안내해주니 어려움 없이 민원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시가 운영 중인 스피드 게이트가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도 효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시가 스피드 게이트를 도입한 후 서울정부청사, 용인시, 하남시, 광주시, 평택시, 수원시 등도 차례로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