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팀 SWOT 분석] 경제통 '국무총리' 첫 퍼즐...4월 초 삼각편대 윤곽

2022-03-29 00:00
인수위, 총리·경제부총리·금융위원장으로 이어지는 '경제원팀'
경제계냐 정치계냐...국민 통합에 방점·검찰 인사는 위협 요인

[그래픽=임이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인선에 돌입했다. 윤 당선인의 총리 인선과 관련한 핵심 키워드는 '경제'다. 총리부터 시작해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대통령실 경제수석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경제 원팀'을 꾸린다는 구상이다. 현재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박용만 전 두산 회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박주선 전 국회 부의장 등 10여 명에 달한다. 

본지는 국무총리 유력 후보에 대한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등을 분석했다. 기업의 내부 환경과 외부 환경을 분석해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기법인 SWOT 분석을 통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총리 선임 앞과 뒤를 살펴본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진=아주경제 DB]

◆'경제통 국무총리'라면···한덕수 1순위

한덕수 전 총리는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다. 한 전 총리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두루 중용된 통상 전문가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한 전 총리는 1977년부터 1984년까지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 대사,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맡았다. 국무총리를 경험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경제 정책뿐만 아니라 외교와 산업계에 해박하다는 장점도 있다. 한 전 총리는 통상산업부 차관, 통상교섭본부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도 지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덕수 전 총리는 경제에 정통한 관료 출신”이라며 “고향이 호남이라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차기 총리에게 기대하는 부분 중 하나는 '국민 통합'이다. 한 전 총리는 과거 보수·진보 정권 가리지 않고 실무형 인사로 중용됐다는 점은 차별 포인트로 꼽힌다.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172석을 가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함께해야 한다. 한 전 총리의 정치색이 옅다는 점에서 앞으로 다양한 역할이 기대된다.

다만 한 전 총리 나이는 약점이다. 한 전 총리는 올해 73세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박주선 인수위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과 함께 나이가 가장 많다. 쇄신이라는 기준에서 봤을 때도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용만 전 두산 회장[사진=아주경제 DB]

◆경제단체 맏형 지낸 박용만 '다크호스'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은 '국민 통합'을 상징하는 유력한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꼽힌다. 박 전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하고 있는 ‘경제’ 키워드에 적합한 인물이다. 그는 산업계에서 이른바 '경제통'으로 평가된다.

앞서 경제단체 '맏형'으로 여겨지는 대한상공회의소 제21~23대 회장을 지난해 3월까지 역임한 경력은 박 전 회장의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업 애로사항을 대변하는 경제단체의 장을 맡았던 만큼 경제계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과 소통하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한 기업인으로서 약 40년간 활동하며 민주당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통합이라는 의미를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다만 박 전 회장은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향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다고 해도 청문회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전 회장은 지난 24일 보유하고 있던 ㈜두산 주식을 모두 처분하며 인사 검증 준비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두산그룹과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그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박 전 회장을 비롯해 아들 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전 두산중공업 상무 등 일가족은 보유 중인 두산 주식 전량 129만6163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기관에 매각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두산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이 재벌 출신이라는 점은 위협 요소로 꼽힌다. 아무리 경제통이라 해도 결국 재벌 출신인 만큼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중성이 떨어지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사진=아주경제 DB]

◆'韓반도체 신화' 진대제···대여 협치에 유리 

한국 메모리 반도체를 세계 1위로 등극시킨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국무총리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전문가인 진 전 장관 총리설에 힘이 붙고 있다. 진 전 장관은 “조국의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일본을 집어삼키겠다”며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달성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반도체 전문성과 경제계 생리를 잘 아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으로, 민주당 의원 30명 이상에게 동의를 얻어야 초대 총리 인준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그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진 전 장관이 관직이나 정치 일선에서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다는 점은 약점이란 평가다. 진 전 장관은 정보통신부 장관 퇴임 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한 바 있다. 2006년이 그가 관직에 있었던 마지막 해다. 경제계에서 정부 역할에 대한 생각이 윤 당선인과 비슷한 점은 기회로 여겨진다.

진 전 장관은 경직된 노동 유연성과 포퓰리즘이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주기에 ‘작은 정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진 전 장관은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기업 혁신과 성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은 없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진 전 장관이 인지도가 떨어지고, 대표적인 진보 진영 인사로 꼽히지 않는다는 점은 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국민 통합을 위한 진보 진영 인사라기엔 진 전 장관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아주경제 DB]

◆권영세 '실세 중 실세'···尹心 쏠린 카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치권 인사 중 가장 유력한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점으로 한 권 의원은 대선 국면에서 당 내홍을 수습하고 최종 승리로 이끄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임명할 때도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 모두 이견이 없었다고 알려진다. 대중적인 지지도는 물론 안티까지 없기 때문에 중도층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인사로 꼽힌다. 결국 시대적 과제인 '국민 통합'을 이끌 수 있는 인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약점은 권 의원의 현재 위치다. 권 의원은 윤 당선인과 호흡을 맞추면서 대선 국면 때는 상임선대위원장을, 현재는 인수위 부위원장까지 지내면서 요직을 꿰차고 있다. 만약 국무총리 후보자가 된다면 실세 총리이자 상왕 총리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기회도 있다. 난관을 뚫고 국무총리에 오른다면 권 의원은 일약 전국구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주중 대사를 지낸 점도 국무총리로서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중 신냉전 상황 속에서 주중 대사 경험은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의 국무총리행을 위협하는 요소는 바로 민주당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권 의원이 실세 중 실세로 꼽히는 만큼 야권에서 파상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사진=아주경제 DB]

◆DJ맨 박주선, 협치 아이콘···호남형 부상 땐 유리

인수위에서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전 국회 부의장은 '국민 통합형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이번 정부는 여소야대라는 장벽을 넘어 협치를 이뤄내야 하는 만큼 박 전 부의장이 초대 총리로 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전 부의장의 가장 큰 장점은 광주·전남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점이다. 통상 국회의원 출신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유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대 야당의 반대를 뚫고 인준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박 전 부의장이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통합민주당 소속이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이 0.73%포인트라는 근소한 표 차이로 승기를 거머쥔 만큼 박 전 부의장을 앞세워 민주당 민심도 끌어안을 수 있다. 신 교수는 "박 전 부의장이 호남·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경제와 관련해 뚜렷한 이력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다. 윤 당선인이 경제를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은 만큼 총리도 경제통을 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나 박 전 부의장 이력은 외교·문화 등이 주를 이룬다.

박 전 부의장은 한국 정치사에서는 보기 힘든 '4번 구속, 4번 무죄'라는 정치적·사법적 수난을 겪었다. 이는 그가 총리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 교수는 "박 전 부의장은 무고하게 고초를 많이 겪은 인물"이라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점에서 시야가 넓은 후보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 출신이라는 점은 박 전 부의장이 총리직을 맡는 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검찰에서 서울지검 특수부장과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차기 검찰총장'으로까지 거론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출신 대통령에 이어 총리까지 검찰 특수통이 맡는다면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다.

◆안철수, 애초 1순위 후보···추경호는 경제부총리

이 밖에도 윤 당선인과 단일화 이후 인수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도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안 위원장은 총리 인선과 관련해 최대 변수로 꼽힌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 윤 당선인이 승리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고, 이 과정에서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안 위원장은 일찍부터 윤 당선인 주변에서 이름이 거론돼 왔다.

역대 정부 관료 출신들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윤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임 전 금융위원장은 기재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장, 금융위원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학계 출신으로는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총리와 함께 호흡을 맞출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 인사도 관심사다. 경제부총리 1순위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등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경제수석에는 강석훈 전 청와대 경제수석, 윤희숙·이혜훈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