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넷플릭스 계정 공유 단속 효과는…"연간 16억 달러 추가 수익"

2022-03-25 08:00
OTT 시장 경쟁 격화…수익성 확보 고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가 최근 중남미 3개국에서 시험적으로 동거 가족 외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는 가입자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이 프로그램을 전 세계적으로 적용하면 연간 16억 달러(약 1조9584억원)에 달하는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뉴스룸을 통해 칠레, 페루, 코스타리카에서 동거하지 않는 가족이나, 친구와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하는 경우 2.11~2.97달러(2600~3600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기존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계정 하나를 여러 명이 공유하며 구독료를 나눠 지불했으나, 이제는 같이 거주하지 않는 사람과 계정을 함께 쓰려면 별도로 추가 요금을 지불하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몇 주간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회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고, 테스트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요금제를 변경하기에 앞서 3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해당 기능의 유용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앞서 지난해 계정을 친구나 지인과 공유해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례에 대해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코(Cowen & Co.) 애널리스트 추정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추가 요금 프로그램을 전 세계적으로 적용하면 연간 글로벌 수익 16억 달러가 추가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오는 2023년 넷플릭스의 예상 매출액인 388억 달러(약 47조4912억원)의 약 4%에 해당하는 추가 수익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예측은 넷플릭스 계정 공유 이용자의 약 절반이 추가 요금을 납부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약 절반은 별도로 유료 계정에 가입할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존 블랙리지(John Blackledge)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가 이끄는 코웬 팀은 "넷플릭스의 최근 노력은 보다 성숙한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진행을 반영하고, 이 테스트가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다면 점진적으로 구독자와 수익을 추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웬이 약 2500명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1억1600만 광대역 가입 가구 중 약 10%가 넷플릭스를 시청하지만, 여기에는 유료 구독자가 아닌 사람도 포함된다. 같은 가정 내 가족이나, 룸메이트 사이에서 공유하는 것을 포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계정 공유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는 넷플릭스의 움직임에 대해 회의적 의견도 나온다. 

벤치마크의 매튜 해리건(Matthew Harrigan) 애널리스트는 이 전략에 대해 "전체 회원 성장을 잠식한다"며 "성장 판도를 바꾸는 게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계정 공유자에 대해 추가 요금을 내고 엑스트라 멤버 계정으로 전환할 경우 수익의 증가를 전체 매출의 4% 미만으로 예측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넷플릭스가 이 같은 조치를 꺼내든 것에 대해 북미같이 OTT가 성숙한 시장에서 가입자 증가율이 둔화함에 따라 그간 용인하던 암호 공유 관행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지난 2017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사랑은 암호를 공유하는 것(Love is sharing a password)"이라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익성 끌어올려라…고민 깊어진 넷플릭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이용자에게 추가 요금을 부과하기로 한 원인은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최근 수익성 끌어올리기에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이익이 줄어든데다가 OTT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탓이다. 

지난 1월에는 4분기 신규 가입자 증가세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실적발표 직후 주가가 2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당시 월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를 839만명으로 예상했으나, 실적발표에서 828만명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를 250만명으로 예측했다. 이는 스트리트어카운트가 추정한월가 예상치 693만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난해 연말 기준 넷플릭스 전 세계 유료가입자는 2억2200만명이다. 

반면 주요 경쟁사인 디즈니+(디즈니플러스)는 회계연도 2022년 1분기(2021년 11월~2022년 1월) 가입자가 1180만명 증가해 총 1억2980만명을 기록했다. 가입자 증가 폭은 증권가 추정치 700만명을 훌쩍 뛰어넘으며 넷플릭스와의 격차를 점차 좁히고 있다. 

이마케터,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미국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31%로 전년 대비 5%포인트 감소했지만, 디즈니는 26%로 1%포인트 증가했다. 

경쟁이 차츰 치열해지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주요 국가에서 줄지어 요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최근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베이직과 스탠더드 요금제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1월에는 최대 시장인 미국과 캐나다에서 요금을 올렸으며,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한국 진출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요금을 인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