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상속세 마련 박차…삼성전자 지분 1.3조원 블록딜

2022-03-24 17:37

[사진=연합뉴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해 현금 1조37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향후 삼성 일가의 지분이 더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1994만1860주를 기관투자자 대상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을 통해 처분했다. 이는 홍 전 관장이 삼성전자 지분 0.33% 처분을 위해 신탁 계약을 맺은 물량이다.

주당 매각가는 전날 종가 7만500원에서 2.4% 할인된 6만8800원이며 금액으로는 1조3720억원 수준이다.

삼성 일가의 지분 매각은 지난 2020년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발생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조치로 파악된다. 삼성 일가는 지난해 4월 용산세무서에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이를 5년 동안 연부연납(분할납부) 하겠다고 밝혔다. 상속세 분할 납부는 오는 4월 29일부터 진행된다.

이 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 삼성SDS 0.01% 등이다. 이 회장의 부인인 홍 전 관장과 자녀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법정비율 등을 반영해 상속받은 상태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홍 전 관장 3조1000억원, 이재용 부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이사장 2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주식 2243만4000주를 담보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증권금융, 메리츠증권에서 1조원을 대출받았으며,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9월 30일자로 삼성전자 주식 583만5463주(0.10%)를 법원에 공탁했다..

앞서 지난 22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도 삼성SDS 주식 301만8860주(3.9%)를 블록딜로 처분해 1900여 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이서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에도 삼성생명 주식 약 346만주를 처분했다.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에도 지배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은 기초여건(펀더멘털)과 무관하고 삼성 계열사와 오너 일가의 지분합계가 50%를 넘어 지배구조상 이슈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배당금만으로는 상속세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매각에 추가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블록딜의 여파로 주가는 약세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 주가는 0.99% 내린 6만9800원에 마감했다. 삼성SDS도 전날보다 1.87% 떨어진 13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