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교육개혁 과제는] "교육·대학의 수월성 높여야…재원 마련 위한 구체적 보완책 시급"

2022-03-25 05:00
대담=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
대학자율성·재정 뒷받침 필수…하나의 틀에 담지 말아야
시스템 바꿀 파격적 혁신 필요…국제경쟁력 가져야 할 때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과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은 지난 9일 치른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대해 "교육 공약이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교육 공약 슬로건은 '희망사다리 교육'이다. 핵심 내용은 △인공지능(AI) 교육으로 미래형 인재 육성 △교사 업무 부담 경감·아이들 학습권 보장 △실무 중심 실업교육 강화·고숙련 전문 인재 양성 △미래지향적 대학 발전 생태계 조성 등이다.

두 사람은 새 정부가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 원장은 "대학이 직면한 인구 문제를 다른 나라 인재 영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국가적인 목표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우리 문제점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 총장은 "교육의 수월성 강화라는 방향은 매우 잘 잡은 것이지만 결국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재원이 중요하다"며 "새로 제기되는 각종 교육 관련 요구사항을 '나 몰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수월성 강화' 맞는 방향···재원이 중요"

-이번 대선에서 교육 공약이 눈에 띄지 않았다.

윤 총장=매번 선거에서 교육 관련 공약은 흔히 하는 말로 '잘해야 본전'이다. 워낙 이해 당사자가 많은 분야이고, 국민 대다수가 학부모일 정도로 교육과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스스로를) 전문가로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이해 당사자들이 자기가 처한 입장에 따라 견해가 전부 엇갈린다. (후보들 입장에선) 이러한 문제를 자칫 잘못 건들면 화학고가 되니까 뒤로 미루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당 후보들은 교육 문제에 관해 아웃라인(윤곽)만 제시했고 세부 내용 중에서는 눈에 띄는 게 없었다.

차 원장=윤 총장 말처럼 아쉬운 점이 많았다. 선거가 끝났으니 (윤 당선인은) 새 정부가 시작하기 전까지 교육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

-윤 당선인이 제시한 교육 공약 강점은 뭐였나.

윤 총장=교육의 수월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역점을 두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방향은 매우 잘 잡았다.

차 원장=지금 청년실업 등 여러 문제가 사회에서 이야기된다. 이런 문제들의 뿌리는 15년 동안 고등교육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교육과 대학의 수월성을 높여야 한다.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 [사진=남서울대]

-반대로 교육 공약에서 아쉬운 점은.

윤 총장=교육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결국 재원이 중요한데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보완책들이 마련되지 않았다. 한국은 과거 지하자원과 천연자원이 많지 않아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에서 인적자원 우수성으로 세계 10위권 국가까지 성장하고 발전을 이룩했다. 그 동력인 우수한 인적자원을 만드는 데는 우리 교육이 바탕에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국제 경쟁력은 무색할 만큼 형편없는 지경으로 낙후됐다. 결국 공교육, 특히 고등교육 분야에 얼마나 많은 재원을 투입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인데도 보완이 없어서 안타까웠다.

차 원장=인구 문제를 이유로 대학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한국 대학 수요를 늘리면 된다. 다른 나라 인재를 끌어와서 우리가 만들어 놓은 교육 역량을 같이 키워나가면 대학을 그렇게 급격히 줄일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 경쟁력은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 양성"

-새 정부가 교육 개혁 중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윤 총장=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투자 열악성에 대해 새 정부가 좀 더 눈을 뜨는 것이 우리나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결정으로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다. 한국 인적자원은 좋지만 그에 맞는 투자를 해서 교육을 강화해 좋은 교수를 모시고 실습 시설을 제대로 갖추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그걸 막는 제도 중 하나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다. 지금 학교별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다만 선별적으로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하고, 고등교육기관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

차 원장=그동안 대학 예산은 별로 늘리지 않으면서 등록금은 공제시키니 대학이 변화할 수가 없었다. 대학이 좋은 교수를 모셔오고 여러 실험을 할 수 있는 재원과 환경이 만들어져야 했는데 거의 불가능했다. 고정된 교육 예산은 너무 작아 어디 집중할 것인지 판단이 어렵고, 국내 위주로만 구성돼 있다. 우리는 국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팀]


-교육 재원이 늘어난다면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차 원장=대학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실험을 해 성공적이면 회사를 만들고, 그 회사가 커지면 주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파격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가치 100조원 규모(헥토콘) 회사들은 이렇게 나온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면 나라가 확 바뀌는 것이다. 가령 '국가적인 목표로 10년 동안 100조원 기업 10개를 만들자' 등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면 현재 우리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이 쭉 나온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그런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한국 정도 규모면 선도 대학들은 실리콘밸리에 캠퍼스가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순환적으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글로벌 시장은 이렇게 경쟁하는구나' '이렇게 해야 100조원 기업을 만드는구나'라는 것을 눈으로 보고 체험하게 해야 한다. 이런 사람이 많아져 인재를 많이 키울수록 한국에서 (100조원 기업 목표 달성 등)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지금까지 해왔던 투자 방식에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세라면 미래 세대가 같이 일할 수 있는 인재들을 외국에서 끌어와서 우리 환경에서 키우며 한국과 함께 세계를 개척하는 인재로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식의 투자를 위해서는 (재정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

-새 정부는 미래에 대응해 어떻게 교육을 개혁해야 하나.

윤 총장=교육 관련 세부 공약을 포함해 새롭게 제기되는 각종 교육 관련 요구 사항에 대해 '나 몰라'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버틸 수 있는 것은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이다. 전적으로 (교육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괜히 건드려봤자 손해'라는 생각은 말아야 한다. 교육은 당장 오늘내일 문제가 아니다.

차 원장=전 세계적으로 기후·4차 산업혁명 등 여러 변화가 쓰나미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 한국을 선도 국가로 지탱해주는 것은 결국 인재다. 이런 인재들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인재 육성 문제를 국내 정치적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글로벌 관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한다.

공립 시스템에서 예산 반영까지 실행·논의 등을 거치면서 시간만 보내는 것은 최근 세계적인 변화 속도를 따라가는 데 절대적인 불량 요소다. 자율성과 독립된 재정 구조를 마련하지 못하면 한국 미래는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