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하는 인플레에 손든 연준, 금리 인상 속도 낸다

2022-03-22 14:37
증시 출렁·국채 금리 급등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화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1일 (현지시간)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컨퍼런스 연설에서 금리 인상은 물가가 통제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 시장은 매우 강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기조를 좀 더 중립적인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신속히 움직이고, 가격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좀 더 제약적인(restrictive) 수준까지 움직일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연준) 회의 때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이상 올림으로써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 낸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0.25%p씩 올렸던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밟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CNBC 등 외신은 지적했다. 올해 남은 6번의 FOMC 회의 때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을 전망했던 시장의 예상보다 연준이 훨씬 더 매파적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CNBC는 이같은 발언으로 인해 5월 FOMC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또 코로나19와 맞물린 공급망 교란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연준위원들과 경제학자들이 물가 상승 압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와 관련해 "매우 과소평가했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공급망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장기간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 인플레 기대치를 불편할 정도로 더 높게 밀어 올릴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위원회가 신속히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인플레 고착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빠르게 반응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된 이후에도 경기회복 전망에 상승하던 증시는 다시 움츠러들었다. 이날 뉴욕증시는 파월 의장 발언의 영향으로 3대 주요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주식시장은 국채시장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한때 2.30%를 넘어서면서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껑충 뛰면서 2.11%까지 상승해 2019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주춤하던 국채 금리 상승세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주가 상승세는 당분간 둔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들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는 여러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투자회사 핌코의 수석 경제학자였던 폴 맥컬리는 파월 의장이 "(시장에)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맥컬리는 "파월 의장은 경제가 단기적으로 흔들리는 걸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짚었다. 

BMO 캐피털은 파월 의장의 05%p 인상 가능성 시사가 시장의 잘못된 해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안 린젠 금리 전략 헤드는 마켓워치에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궁극적으로 현실화할 결과보다 더욱더 매파적인 성향을 시장이 잘못 반영하게끔 하는 데에만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린젠 헤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지난주 미국 국채 매도세가 이어지고 채권시장이 급격한 금리 정상화를 반영하는 와중에 나온 발언이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월 의장의 연설에 앞서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공격적인 금리 인상 과정이 적절한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스틱 총재는 연준은 올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추가로 더 많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지만, 전쟁이 불확실성을 크게 높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스틱 총재는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어 미국의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가는 것"이 최선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올해 6회 각 0.25%p 금리 인상과 내년 2회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