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지정학적 위기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장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하락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소식에 7% 넘게 급등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01.94포인트(0.58%) 내린 34,552.99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다우 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94포인트(0.04%) 내린 4,461.1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5.38포인트(0.40%) 떨어진 13,838.46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날 S&P500지수의 11개 부문은 △임의소비재 -0.76% △필수소비재 0.12% △에너지 3.79% △금융 -0.13%% △헬스케어 -0.12% △산업 0.17% △원자재 0.85% △부동산 -0.52% △기술주 0.18%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0.66%  △유틸리티 0.68% 등이다.

뉴욕증시는 이날 파월 의장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뒤 하강했다. 그는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콘퍼런스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올림으로써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낸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시장은 매우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다"며 "통화정책 기조를 보다 중립적인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조속히 움직여야 하고,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면 더 제한적인 수준으로 옮겨야 한다" 덧붙였다. 

파월 의장의 연설이 공개된 직후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지난 2019년 5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2.307%를 돌파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2.132%로 오르며, 201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2%를 넘겼다.

모건스탠리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국채 금리 상승과 관련해 "이것이 경기 침체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성장에 대한 신호는 분명히 부정적이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 발언에 힘입어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8.49를 기록했다. 

세계 증시는 지난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체결될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했지만,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무기를 배치한다는 최후통첩을 무시하자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더구나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를 고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보잉의 주가는 중국 동방항공의 보잉 737여객기가 추락한 후 3.6% 하락했다. 

핌코의 자산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에린 브라운은 "미국 시장은 긴축, 고유가,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영향을 소화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 시장이 유가와 지정학적 긴장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로부터의 투자자 유출에 따른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날 소폭 하락 마감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0.53% 내린 3,881.80을 기록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0.60% 하락한 14,326.97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0.57% 내린 6,582.33으로 장을 종료했다.

다만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0.51% 상승한 7,442.39로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42달러(7.1%) 오른 배럴당 112.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근월물 가격은 지난 8일 이후 거의 2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4월물 가격은 7.69달러(7.1%) 상승해 배럴당 115.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94달러까지 떨어졌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석유 금수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는 급등했다. 그러나 이날 열린 EU 외무장관 회담에서 독일과 네덜란드 등이 반대 의사를 표명해 합의를 하지는 못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 석유 수입을 금지했지만,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EU는 제재 대상을 에너지로 확대하지는 않았다.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했다는 소식도 유가를 끌어 올렸다.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정유 시설이 한때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SPA 통신을 통해 "에너지 시장이 극도로 예민한 상황에서 국제 사회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의 테러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면서 "이런 공격이 계속된다면 원유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금은 지난주에 3% 이상 하락한 후 이날 0.75% 상승한 온스당 1935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