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삼성重, 재무구조 개선 바쁜데··· 러 금융제재에 골머리

2022-03-22 05:05
러시아, 수출입 대금 루블화 지급 방침
조선업 위축 악성 재고에 타격 불가피
전쟁 빨리 끝날땐 드릴십 처분 등 기회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주요국의 제재가 길어지면서 최근 러시아에서 일감을 따낸 국내 대형 조선사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해야 할 삼성중공업이 가장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향후 전쟁이 빨리 수습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단기간에 마무리된다면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유가 덕에 그동안 애물단지였던 미인도 '드릴십(심해용 원유시추선)'을 처분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가 러시아에서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관련 계약 규모는 총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러시아의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인 'ARCTIC(아크틱·북극) LNG-2' 프로젝트에 설비 공급 계약도 체결한 바 있어 수주액 규모가 5조원을 뛰어넘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러시아가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에서 퇴출되는 금융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은행 간 송금이 가능한 결제망이다. 국내 기업과 전쟁 중인 러시아는 해당 결제망을 활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거래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계속되는 경제 제재로 러시아는 기존 계약 내용과 관계없이 모든 수출입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 사이에서는 러시아 수주 물량에 대한 대금으로 가치가 폭락한 루블화를 받거나 아예 대금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대형 조선사 중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수주액 규모도 큰 데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조선업 위축과 악성 재고 자산에 대한 평가손실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다.

이 같은 적자 지속으로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추는 무상감자에 이어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잠식 가능성을 해소했다.

그러나 적자가 계속된다면 몇 년 안에 다시 유상증자가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확실한 기반을 다지고 내년 안에 흑자 전환을 노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전쟁이 생각보다 신속하게 마무리돼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금방 해제되면 삼성중공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유가 상황에서 그동안 재고 자산을 깎아먹었던 드릴십을 처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삼성중공업은 발주처에서 인도를 거부한 재고 드릴십을 5기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 2기는 매각이나 용선을 확정했으나 나머지 3기에 대해 처분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고유가 환경은 삼성중공업에 유리할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이달 중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이후 100~12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높아지면 심해유전 등 해양자원 관련 개발 투자 수요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드릴십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은 미인도 드릴십을 보유한 조선사가 이를 처분할 수 있는 기회"라며 "다만 현 고유가 상황이 전쟁 때문에 촉발된 측면이 있어 전쟁이 끝나면 유가 흐름을 짐작하기 어려운 만큼 삼성중공업 등이 드릴십을 빠르게 처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