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은행 예대마진, 부실 대비에 활용해야"

2022-03-19 08:00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부동산 자금 대출 관련 현수막이 불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기준금리 상승, 가계대출 규제 강화, 중금리 대출 확대 등으로 은행 예대마진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리스크에 대비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 예대금리차는 2020년 10월 이후 매월 벌어지고 있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에 비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은 영향이다. 올해 주요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해 예대금리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금융소비자 보호 공약 중 하나로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안을 내놓은 만큼, 규제 마련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은행 예대마진 상승의 요인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은행들은 확대된 예대마진으로 늘어난 이익을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제 전반의 리스크 증가에 따른 미래 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는 버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은행 예대마진이 크게 늘어 기준금리 인상,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은행만 이익을 누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예금은행의 잔액기준 가중평균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는 2018년 6월 말 2.35%포인트로 정점에 오른 후 하락하다가 코로나19 확산 후인 2020년 10월 말 2.01%포인트로 저점을 찍은 후 다시 오르기 시작해 작년 12월 말 2.21%포인트를 기록했다.
 
올해도 예대금리차는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예금은행의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1월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전월보다 0.03%포인트 벌어진 2.2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년 6개월(2019년 7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도 크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6일 국내 20개 은행의 2021년 이자이익을 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11.7% 늘어난 46조원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예대금리차이가 벌어지는 요인으로 기준금리 상승을 지목했다. 은행 예대마진은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유사하게 움직이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국고채 3년물 월평균 금리가 2020년 8월 0.83%로 저점을 찍은 후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예금은행 예대금리차도 2020년 10월 2.01%를 저점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함께 움직이지 않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대출은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예금은 계약기간에 금리가 변하지 않는 구조를 가진 상품이 대다수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먼저 오른다는 얘기다. 정기예금의 경우 계약 당시 미리 정해진 금리를 지급하기 때문에 금리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연구위원은 “금리 변동 시 평균적으로 대출금리에는 빠르게 반영되지만 예금금리는 반영이 늦어 금리가 오를 때는 예대마진이 커지고, 금리가 떨어질 때는 예대마진이 작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대출금리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조달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가산금리에는 대출로 인한 각종 위험을 반영해 결정된다. 위험 프리미엄, 대출 관련 비용(인건비·물건비 등), 은행 마진 등을 고려해 산출된다. 은행 간 대출 경쟁이 치열할 경우 마진을 낮추면서 대출금리가 낮아진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면서 은행간 대출 유치 경쟁이 줄어들어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데 기여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매출 부진으로 차주들의 신용위험(신용도 하락으로 부도가 날 위험)이 증가하고 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예대금리차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연구위원은 벌어진 예대금리차를 잠재부실로 인한 위기에 대비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라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매출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잠재부실이 커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은행들은 예대마진 확대로 늘어난 이익을 향후 부실 확대에 대비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외에도 예대마진은 시장원리에 의해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담합 같이 경쟁을 가로막는 행위에 대한 금융당국의 점검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안을 금융소비자 보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 담합요소 점검 등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이 예대금리 차이를 너무 벌리지 않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올해 미국과 영국뿐만 아니라 주요 국가가 금리인상에 나서고, 한국은행도 이에 따라 추가로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 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를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