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고로 설비 문제로 인해 계획된 쇳물(용선) 생산량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에 이은 국내 최대 규모 제철소의 용선 생산량 감소는 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항제철소에서 가장 많은 용선을 생산하는 3고로와 4고로의 노황이 불안정해 생산계획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은 3, 4고로가 각각 하루 1만2000t의 용선을 생산하는 것이었으나, 고로 노후화 등의 원인으로 하루 약 1만t의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2고로의 가동률을 높이고는 있으나 생산규모가 3, 4고로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다. 포항제철소가 생산하지 못한 용선 규모는 1월 1일부터 3월 16일까지 9만9000t에 달한다. 16일에는 하루 9500t의 생산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한달간 2000억원의 손해가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당장 철 스크랩 투입을 늘려 철강 생산량은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포항제철소의 생산차질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는 3월 중에는 조선향 후판가격 협상을 비롯한 포스코의 주요 가격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압도적인 공급물량으로 인해 포스코가 정한 가격은 산업계의 기준 가격이 된다. 포스코가 인상하면 현대제철도 비슷한 가격으로 협상을 마치는 형태다. 포스코는 원료탄 가격 인상 등을 원인으로 올해 들어 이미 유통향 후판가격을 두 차례에 걸쳐 6만원 인상한 바 있다. 건설현장에 들어가는 철근 가격도 꾸준히 오름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포항제철소의 용선 생산차질이 장기화된다면 공급량 부족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측이 인상을 하지 않더라도 유통 과정에서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국내 철강제품 가격 결정권자”라며 “생산계획 차질은 단순히 포스코의 손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계의 철강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 측은 연간단위로는 당초 계획한 생산량을 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단기적으로는 광양제철소 증산과 철 스크랩 투입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노황 안정화를 통해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연간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생산량이 늘었다”며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며, 제철소는 국내 철강생산 공급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