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인데 연차 내고 일도 해라?"… 코로나19가 서러운 中企 직원들
2022-03-18 06:40
중기, 37% 유급휴가·병가 없어 '사각지대'
비용·업무차질 우려 정부 지원금도 외면
"자가격리에 연차 강요는 불법" 목소리
비용·업무차질 우려 정부 지원금도 외면
"자가격리에 연차 강요는 불법" 목소리
#.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모씨(50)는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재택근무를 했다. 오미크론 증상으로 며칠간 심하게 앓았으나 병가는커녕 개인 연차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인력 부족으로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연차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며 “회사 사정상 유급 휴가를 줄 수 없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건 너무 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60만명을 넘기는 등 연일 역대 최다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확진 판정을 받은 중소기업 직장인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다수 대기업은 유급 휴가를 부여하는 반면, 중소기업에선 무급 휴가를 주거나 개인 연차를 써야 해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임금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비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기업이 근로자의 유급 병가를 지원할 의무는 없다. 다만 감염병예방법 제41조2는 근로자가 이 법에 따라 입원 또는 격리될 때 사업자가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코로나19도 감염병인 만큼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격리기간에 해당하는 추가 유급휴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에 불과한 탓에 실제 중소기업계의 유급휴가 활용도는 높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8~22일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오미크론 확산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확진 근로자에게 유급휴가 또는 병가를 부여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62.9%에 그쳤다. 무급휴가를 부여하거나 연차사용을 권고한 곳은 각각 18.6%, 15.7%로 나타났다.
자가격리 기간 임금 지급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에 기업별 대응 방식도 제각각이다. 중소 엔터사에서 근무하는 이씨는 “회사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걸린 게 아니라는 이유로 병가를 못 준다고 한다”며 “확진과 업무 연관성을 확인해 유급휴가 여부를 결정하는 게 의아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비용 부담과 업무 차질 우려 등으로 유급 휴가 처리를 꺼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들은 확진자 급증세가 지속될 경우 △영업‧가동중단에 따른 매출 하락(43.9%) △근로자 이탈에 따른 인력난 심화(21.5%) △분산‧재택근무에 따른 비용증가 등이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정부에서는 이를 감안해 사업주에 대한 지원제도를 마련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준 사업주는 국민연금공단에 지원금을 신청하면 일 최대 7만3000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X8시간 근무)을 기준으로 산정한 값이다.
그러나 일부 중소기업에선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보다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많다는 이유로 제도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근로자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많다면, 사업주가 부담할 비용이 정부 지원금보다 많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자가격리를 이유로 개인 연차를 쓰도록 강제하는 건 불법 소지가 있다고 본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연차를 쓸 수 있게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대표인 권두섭 변호사는 “사업주는 근로자에 연차 사용을 강요할 게 아니라 정부의 유급휴가 지원금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일부 사업주는 임금 지출분 전액 보전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급휴가를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상병수당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병수당제는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일을 못하게 된 경우 정부가 일정 생계비를 보전하는 제도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한국과 미국만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중소 사업장이라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