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심판'을 찍으며 더욱더 무겁게 책임감을 느꼈다. 그동안 소년 범죄에 관해 단순한 분노, 우려를 느껴왔지만, 이번 작품을 찍으며 이 같은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이들은 재판 이후 어떤 삶을 사는지, 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까지 생각지는 못했다. '소년 심판'을 찍으며 더욱더 깊게 고민하게 되었고 아직도 답을 찾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극본 김민석·감독 홍종찬)을 대하는 배우 김무열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작품을 들여다보고, 겪을수록 소년범죄의 새로운 이면과 고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는 더욱 진중하게 작품에 임했고 시청자들이 다양한 인물에 이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며 마주하는 소년 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김무열은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 좌배석 판사 차태주 역을 맡았다. 검정고시 출신의 판사로 소년범을 혐오하는 은석과 달리 마음 한쪽에 그들에게도 기회를 주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믿음을 가진 인물이다.

아주경제는 최근 '소년심판' 주연 배우 김무열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김무열의 일문일답
'소년심판' 출연 계기는 무엇인가?
- 평소 관심 가지고 있던 이야기라 자연스레 작품에 끌린 거 같다. 작품의 취지가 좋아서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욕구에 참여하게 됐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가 많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책임감이 남달랐을 거 같다
- 책임감을 더욱더 무겁게 가진 건 사실이다. 작품 이전에는 소년 범죄에 관해서 단순한 분노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찍으며 이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재판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진 시간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작품을 하면 할수록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저를 '도구'로, 잘 쓰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임했다.

'소년심판' 공개 후 좋은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기억 남는 평가나 반응이 있었나?
- 여러 입장에서 생각, 대입하려는 반응이 인상 깊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범죄 미화'라는 반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는데 피의자의 흉악한 모습도 보여주지만, 피의자의 가족, 피해자의 정서적 표현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사실을 알아주신 거 같아서 안심됐다. 이 작품을 보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며 함께 고민해주는 관객들의 성숙함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놀랐다. 한국의 사회 문제, 정서 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해외 관객들은 '소년심판'을 어떻게 보고 다가갔으면 했나?
- 저 역시도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신기하다. 해외 리뷰를 봐도 느끼는 바는 다 비슷한 거 같다. 답답하고, 먹먹한 감정을 느끼시더라. 작품의 정서들을 잘 전달 받으신 거 같다. 우리 작품은 메시지를 준다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시청자들이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는지보다는 작품에 귀 기울이고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정도의 바람이 있다.
차태주 역할을 연기할 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
- 직업적인 특성이었다. 판사라는 직업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라서 직업적 특성에 관해서 많은 공부를 했다. 차태주는 소년 범죄 이력을 가지고 있고 검정고시를 거쳐 판사가 된 캐릭터다. 다른 판사들과 다른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개과천선한 캐릭터기 때문에 과거를 비추는 데 고민을 많이 했다. 과거를 극복했는가, 극복하지 못했는가에 관해서였다. 캐릭터 해석을 할 때 언뜻 보면 과거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년범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에도 차별점이 있다고 보았다.

심은석과 차태석은 극과 극에 서 있는 캐릭터였는데. 차태주에게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나?
- 차태석 역할을 두고 '고구마'라고 하시더라. 답답한 캐릭터라며 '1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차태석의 고민도 분명 놔서는 안 된다. '감히' 그 나이에 범죄를 저질렀지만, 법의 처벌이 있고 이후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예방할 건지 절대 고민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임하며 저도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단순히 분노만 해서는 안 되고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무조건 이해해달라고 할 수 없으나 그래도 0.5 정도는 (시청자들이 차태석 역할을) 동의해주셨으면 한다.

차태주 역할을 위해 준비한 점은 무엇인가?
- 아까 언급했듯 직업적인 부분을 준비했다. 재판을 참관했을 때 느낀 침묵, 고요가 정말 무겁게 다가오더라. 당시 사무관님께서 법정 구조를 설명하시며 들어오는 문은 하나인데, 나가는 문은 두 개라며 '소년' 신분으로 재판장에 입장해 '소년범'이 되면 앞문으로 나가게 된다고 의미를 설명해주시더라. 그 두 개의 문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한 인간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결정을 앞둔 만큼 꼼꼼히, 천천히 (재판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 모습을 캐릭터에도 많이 반영하려고 했다.
'소년심판'은 김무열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 과거 '연기학'을 공부할 때, '연기의 카타르시스'는 관객에게도 있지만, 배우에게도 크다고 하더라. 감정을 쏟아내고 나면 정화 작용이 생기는 거다. 그런 맥락에서 '연기 치료'도 있지 않겠나. 작품을 마치고 나면 아쉬움도 들지만 홀가분한 마음도 든다. 감정적으로 소비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그러나 '소년심판'은 하면 할수록 먹먹하고 답답하더라. 답을 내릴 수 없고 감히 표현할 수 없는 힘든 감정을 느꼈다. 찝찝함이 남더라. 많은 분이 '소년심판'을 보는 게 고마운 이유는 이 어려운 문제를 함께 나눠주고 고민해주기 때문이다.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