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16일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2심 첫 변론을 시작하는 가운데 전 세계 통신사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의 2심 첫 변론이 진행된다. 

앞서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넷플릭스는 항소하고, SK브로드밴드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이에 따라 2심에서 망 사용료 규모나 지불 근거 등에 대해 논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오픈커넥트(OCA)를 설치하면 트래픽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만큼 별도 이용료를 낼 수 없다는 '상호 무정산'을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는 상호무정산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간 정산 방식이라며, OCA를 설치해도 국내 트래픽과 운영 비용 부담이 남아있는 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받아친다. 

최근 글로벌 콘텐츠 제공사업자(CP)의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망 이용대가나 투자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힘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김상희 국회부의장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트래픽 총발생량은 지난 2017년 370만 TB(테라바이트)에서 2020년 783만 TB로 폭증했다. 지난해에는 894만 TB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4년 새 142% 뛴 것이다.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2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CP가 정부 주도 펀드에 참여해 ISP의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앞서 유럽 4대 통신사 도이체텔레콤, 오랑주, 텔레포니카, 보다폰은 글로벌 CP가 네트워크 인프라 비용을 분담하도록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2300만명 한국인들은 500만명 넷플릭스 가입자를 위해 더 많은 요금을 내야 하는가?'라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 기고문을 통해 관심을 표했다. 

이번 GSMA의 결정으로 SK브로드밴드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GSMA 의결이 이번 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업 간 대가 지불과 정부 주도 펀드에 참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다. 

1심이 1년 이상 걸린 만큼 결론이 나오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2심 결과에 따라 KT,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도 동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글로벌 통신업계로 확산할 수도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장 망이용료 수익이 발생하지는 않더라도, 직간접적인 형태로 통신사가 부담하는 투자비용이 절감되거나, 제로레이팅 등의 우회적인 방식으로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네트워크 관련한 현재 상황은 통신사에 우호적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