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적십자사, '울진‧삼척 산불 이재민' 아픔 어루만져
2022-03-14 17:03
대구적십자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활동가 봉사 펼쳐
이는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 울진에서 산불이 난지 213시간 43분 만에 꺼진 이번 산불로 산림뿐만 아니라 이재민과 많은 국민의 마음도 태워버리고, 역대 최장기 산불로 기록된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이 진화됐다.
이에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활동가들은 “기념사진 찍으러 간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으며, 도움을 드리러 갔는데 오히려 방해되면 안 된다”라며 현장 활동 메뉴얼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현장으로 향했다.
경상북도 울진군 울진읍 현내항길 92-13에 있는 이재민 대피소인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도착한 활동가는 “생각보다 도움의 손길이 많이 도착해 있었고, 주말 사이에 빠르게 쉘터가 마련된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재난 대응 대책과 매뉴얼이 자리 잡아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첫인상을 전했다.
이재민의 모습은 방송에서 본 속상함과 억울함을 토로하시는 어르신들보다는 텐트 안에서 넋을 놓아있기도, 말없이 웅크려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분들이 다수였다. 재난 초기 겁을 먹고 당황하여 자신의 상태를 잘 살피지 못하던 이재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화가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분노와 우울감, 심지어 신체적 고통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활동가들은 설명한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김은숙 활동가는 “생필품이 필요해도 자식이나 친척이 가까이에 없어서 사달라는 말을 못 하신다”라며, “이틀 동안 잘 지내시다가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시는 분이 계셨고, 불안함에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시는 분도 계셨다”라고 이재민의 심리적 안정에 활동가들의 봉사가 필요함을 토로했다.
이어 “이재민 어르신 중에는 얼굴에 약을 발라야 하는데 거울이 없어 약을 못 바르고 있다는 할머니가 눈에 밟혀 다음 활동가에게 거울을 부탁하기도 했다”라며, “오후 5시면 심리상담을 마치는데, 저녁 시간에도 어르신들 안위를 돌볼 수 있도록 시스템이 도입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또한 황보경옥 활동가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재난 심리회복 활동가들이 72시간 이내로 투입될 수 있도록 밤낮 구분 없이 운영하는 비상 연락체제 구축과 이재민들의 인간적인 삶을 위해서 개개인이 필요한 생필품을 빠르게 전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행정안전부 위탁사업으로 전국 17개 시‧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재난 경험으로 심리회복지원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정신건강 증진 및 심리회복지원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언제든지 적십자사를 통해 센터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