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 두려움에 떨었다"..공익신고자 인정 못 받으면 신변보호 없다

2022-03-22 10:35
권익위 인정제도, 신변보호 미흡
신고부터 신고자 지정까지 '공백'
"신변위협 행위 법규 마련해야"

김혜경씨가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근 불거진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폭로 제보자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로부터 공익신고자 인정을 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총 8일이다. 권익위가 A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하지 않은 사이 A씨는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느껴 호텔을 옮겨 가며 지냈다.
 
권익위의 공익신고자 인정 제도가 공익신고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익신고부터 공익신고자로 인정받는 기간 동안 공익신고자의 신변을 지켜줄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신고자가 스스로 거취를 챙기는 위험까지 감수하는 상황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20면>

22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A씨가 권익위로부터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은 사실은 지난 7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그전까지 A씨는 자신이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몰랐다. A씨가 언론을 통해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을 폭로한 것은 지난달 4일이다. A씨가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은 사실을 알기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고 주장한 이유다. 
 
권익위는 A씨가 공익신고자 인정 제도 절차를 오해했다는 입장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A씨 사례는 지난 2월 8일 처음 신고가 이뤄졌고 시급한 사안이어서 같은 달 16일 권익위원장의 직권상정으로 공인신고자 인정이 이뤄졌다"며 "통상 2~3달 정도 소요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8일 만에 신속히 진행됐다"고 말했다.
 
또 "A씨가 '신변보호 조치만 이뤄지고 공익신고자 인정이 안됐다'고 하는데, 이는 절차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공익신고자 인정이 선행돼야만 신변보호 조치가 진행되기 때문에 지난달 16일 신변보호 조치와 동시에 공익신고자 인정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공익신고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여전히 남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익신고부터 공익신고자 인정까지 신변보호가 제공되지 않는 '공백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신고자는 권익위로부터 공익신고자로 인정받기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개인적으로 신변보호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이충윤 법무법인 해율 변호사는 "공익신고자 신변 위협 행위에 대한 정의 등 관련 법규를 만들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공익신고자로 지정할 급박한 상황이 있으면 권익위원장 직권으로 조속히 진행하는 '긴급 지정 제도' 등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