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라 해달라"…피해자 돕다가 사기범 편든 법무사, 실형 확정

2022-03-13 15:50
"증언 거짓말이라 하면 벌금을 대신 내준다"고 접근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


대법원이 사기범 재심 신청을 돕기 위해 범죄 피해자들의 집단 위증 자수 계획을 꾸민 법무사를 상대로 실형을 확정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범인도피·위계 공무집행방해·무고죄로 1·2심에서 징역 4년을 받은 법무사 김모씨(65) 상고를 지난달 기각했다.

법무사 김씨는 2019년 2월께 정보기술(IT) 업체 전 대표 오모씨(44)의 사기죄 재심을 신청하려는 오씨 모친 정모씨(68)와 함께 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예전에 법정에서 오씨를 사기 주범으로 몰았던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진술하면 그에 따른 벌금을 대신 내준다"는 등 금전적 보상을 미끼로 위증 자수를 꾸몄다.

실제 사기 피해자 8명은 오씨를 고소할 때와는 달리 오씨 아닌 다른 사람을 사기범으로 모는 취지의 자수서를 차례로 검찰에 제출해 벌금 500만원형을 받았고, 이를 통해 오씨 재심 결정을 받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사 김씨는 2017년 사기 피해자들이 오씨를 고소할 때는 피해자들 편에서 고소장과 진정서 작성 등을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갑자기 태도를 바꿔 사기범인 오씨 측에 유리하게 사건 처리를 했다는 뜻이다.

1심 법원은 "(사기범) 오씨 측이 큰 윤곽을 세운 이 사건 범행 뒤에는 전문 지식을 활용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한 법무사 김씨가 있다"며 징역 4년형을 내렸고, 2심 법원도 같은 형량을 유지했다.

김씨 등과 함께 위증 자수 계략을 짠 오씨는 검찰 수사 도중 돌연 잠적해 1년 넘게 도피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한창 재심을 진행하던 대전고법 재판부에 돌연 재심 신청 취하서를 내기도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있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 방어권을 침해한 사실도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