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모듈' 밀린 삼성전기···LG이노텍과 반도체 기판 부문 '키맨 확보' 2라운드

2022-03-14 03:14

전자 부품사 간 주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향후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반도체 기판에서도 애플의 핵심 공급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밀린 삼성전기의 방어전이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입지가 줄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12%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13% 대비 오히려 1%가량 줄어든 것이다.
 
반면 LG이노텍은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25.8%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삼성전기 시장점유율의 2배를 넘는 수치다. LG이노텍은 2019년 당시만 해도 15%로 삼성전기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약 2년 새 양사 간 점유율은 크게 격차를 벌리게 됐다.
 
이와 더불어 카메라모듈 가격에서도 희비는 엇갈렸다. 각 사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해 카메라모듈의 평균 판매가격이 전년 대비 35.4% 감소했다. 하지만 LG이노텍은 2년 연속 제품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해 카메라모듈의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13.7% 올랐다고 밝혔다.
 
업계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격차가 커진 배경에 고객 ‘애플’이 자리한다고 분석한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 등 프리미엄 기기에 카메라모듈을 탑재해 시장에서 주요 고객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애플과 LG이노텍은 이른바 ‘밀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LG이노텍 전체 매출의 74.8%가 애플향이다.
 
애플은 향후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도 ‘키맨’ 역할을 통해 양사의 경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시장에서 애플의 핵심 공급처 자리 확보가 주요하다. 이미 양사는 최근 FCBGA 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선 상태다.
 
FCBGA는 반도체칩을 메인 기판과 연결해주는 반도체용 기판이다. 주로 PC나 서버, 네트워크 등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쓰인다. 현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보다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베트남 법인에 8억5000만 달러(약 1조102억원)를 들여 증설에 나섰고, 이어 지난달 2억6700만 달러(약 3211억원)의 추가 투자로 생산량을 늘렸다. 또 삼성전기와 달리 기존 FCBGA 사업을 하지 않았던 LG이노텍은 지난달 해당 사업의 시설 및 설비에 413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아직 LG이노텍은 FCBGA를 생산하지 않아 애플에 공급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존 카메라모듈 시장에서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향후 삼성전기의 공급 물량을 뺏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애플의 시스템온칩(SoC) M1 모든 시리즈에는 삼성전기 FCBGA가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안정성을 위해 다수의 공급처 전략을 취하는 회사라는 측면에서도 향후 FCBGA 사업에서 LG이노텍의 공급 가능성은 크다. 또한 애플의 자율주행차 ‘애플카’에도 FCBGA가 탑재될 예정으로 양사 간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CPU용) 제품. [사진=삼성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