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불안 속 믿을 것은 안전자산 뿐"…주목받는 달러-금테크
금값도 g당 7만9130원 수준…한 달새 10% 가량 상승
국제 정세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달러와 금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세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고위험 상품 대신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80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과 비교해 24억3200만 달러 증가한 수준이다. 작년 11월(607억1000만 달러)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시현하던 달러예금에 다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추세를 살펴보면 연일 1200원대를 웃돌며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 결렬로 인해 동유럽 지정학적 위험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이 전 거래일(1228.3원) 대비 3.7원 오른 1232원에 장을 마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 환율 강세가 계속돼 1240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속 달러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환테크(환율+재테크)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달러에 대한 약세 전환 가능성을 점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면 최근 다시 달러 시세가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시장 참여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는 점도 달러예금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은행권은 관련 상품을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정한 환율에 도달할 경우 자동으로 해지가 되는 ‘KB TWO테크 외화정기예금’을 취급 중이고 농협은행도 목표 환율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해지가 되고 도달하지 않으면 만기가 연장되는 ‘NH 환테크 외화회전예금’을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외화 체인지업 예금통장)과 우리은행(환율 CARE 외화적립예금) 등 시중은행뿐 아니라 일부 지방은행도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또 다른 대표 안전자산인 금 역시 지난해부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며 달러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최근 금 시세는 11일 기준 g(그램)당 7만9130원 수준이다. 작년 3월 금 시세가 6만300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20% 이상 오른 것이다. 최근 한 달 전(7만90원)과 비교해도 10% 이상 급등했다.
금 투자는 실물거래(골드바)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을 통해 ‘금 통장(골드뱅킹)’을 개설하거나 금 관련 신탁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중 금통장의 경우 소수점 단위로 거래가 가능한 데다 계좌 개설과 입출금 등 투자방식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계좌에 돈을 넣어두면 국제 금 가격과 환율에 따라 잔액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만큼 분산투자 효과가 크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현재진행형인 데다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의 시세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불안정한 시장상황 속 투자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변동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환테크는 이자와 환차익을 원하는 단기 투자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많은 편이지만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어렵다"며 "금테크 역시 국제유가가 진정되고 물가가 안정세를 보일 경우 금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