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개막] 얼어붙은 분양시장, 대선 후만 기다렸다...LTV·DSR 규제 완화되나

2022-03-11 08:0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분양시장 경기를 진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의 분양경기실사지수(HSSI)와 입주경기실사지수(HOSI)다. 실제 이들 지수는 분양시장이 올해 들어 대선을 앞두고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난달 15일 발표한 주산연의 2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4.7p(포인트) 하락한 71.5로 집계되며 2개월째 70선을 기록했다. HSSI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에 있는 단지의 분양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매달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집계한다. 지표가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공급자들은 분양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수도권, 부산과 충남 등이 80~90 선을 유지했지만, 대다수의 지역이 50~70 선으로 기준선을 크게 밑돌았다. 서울과 수도권의 2월 HSSI 전망치는 각각 84.8(전월 대비 0.2p↓)과 78.1(0.3p↓)을 나타냈다. 수도권에 포함하는 인천과 경기는 각각 76.0(보합)과 73.6(0.8p↓)을 기록했다. 

대구는 지난 1월 30 선까지도 떨어졌으며, 세종(61.5)과 제주(66.6), 충북(54.5) 등은 지난달 각각 전월 대비 29.4p와 20.0p, 18.2p 하락했다. 이에 대해 주산연은 "분양시장이 본격적으로 조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증가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달 전국의 HOSI 전망치 역시 전월 대비 5.7p 하락한 76.9를 기록한 바 있다. 2월 HOSI 전망치는 한 달 사이 9.6p나 급락했고 2020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70대에 진입하기도 해 전국의 입주 경기가 빠르게 위축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주산연은 이와 같은 입주 경기 하향세의 원인으로 지난해 말부터 시행한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정책을 지목했다. 입주 대상자가 잔금을 지불하기 위한 대출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미입주 가구의 사유 중 '잔금 대출 미확보' 비중이 38.6%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최대 미입주 사유로 기록됐다. 

이달 지표는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이지만, 각종 분양성적을 살펴봤을 때 이달 분양 공급·수요자들은 아예 분양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8일 기준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1·2월 전국에서 청약 접수에 나선 단지는 총 59개 단지였다. 그러나 이 중 54.2%에 해당하는 32개 단지만 1순위 마감에 성공했고, 2순위 청약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 단지는 14개에 달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지난해와 같이 '선당후곰'(일단 지원해 당첨된 뒤 고민한다는 뜻)식의 청약 경향이 줄었다는 해석이다. 

반면, 다수의 신축 아파트 단지는 대선 이후로 분양 일정을 미뤘다. 직방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47개 단지(사전청약 제외, 전체 3만4559가구) 2만8566가구가 일반분양된다. 그러나 이 중 대선 전 청약 접수를 받는 가구 수는 5000여 가구에 불과하며, 대다수의 물량인 9100가구가 이달 말 청약 접수를 예정하고 있다. 대선에서 주요 공약으로 나온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시장 관망세가 확대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분양시장은 윤석열 후보의 공약 이행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신혼부부·청년·무주택자 등 생애최초 주택구매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규제지역별로 20~70%이던 것을 최대 80%까지 확대한다. LTV란 주택을 담보로 대출할 때 심사시 인정되는 자산가치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대출액은 커진다.

최대 80% 수혜를 받는 대상은 청년, 신혼부부 등 내 집 마련을 위해 생애 최초로 주택 구매에 나서는 가구다.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에서의 LTV는 현행 40% 수준에서 최대 두 배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한편,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가 아닐 경우에는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한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선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 상한을 30~40% 등으로 차등화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 역시 지난달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첫 주택 장만이나 청년주택은 대출 규제를 대폭 풀어 LTV를 80%까지 풀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맞춤형 대출 혜택을 직접 약속한 상태다.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를 위한 금융지원도 강화될 전망이다. 신혼부부는 4억원,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3억원 한도 내에서 저리로 주담대를 제공할 방침이다. 신혼부부는 대출 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해 준다. 신혼부부가 아닌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겐 3억원 한도 내에서 2년간 저리대출을 지원한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겐 대출이자도 지원된다. 신혼부부에겐 전월세 임차보증금 대출을 보증금의 80% 범위에서 수도권 3억원, 그 외 지역 2억원까지 상향 조정하고 저리 자금을 2년간 지원한다. 중위소득 120% 이하의 청년층에 대해선 임차보증금 2억원을 저리로 2년간 지원한다. 신혼부부와 저소득 청년 모두 10년까지 4회 연장할 수 있다.

다만, LTV 상향 조정과 각종 부동산 금융 지원 확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손보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DSR는 담보가 아닌 차주의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요건으로, 현재 지역과 차주를 가리지 않고 2억원 이상의 대출에 대해 40% 제한이 걸려 있으며, 올해 7월에는 1억원 초과 대출부터 적용돼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윤 당선인은 DSR 규제에 대해 별도의 직접적인 공약을 내놓진 않았으나, 어떤 방식으로든 손볼 것이란 예상이 이어지곤 있다. 앞서 대선 TV토론에서 "DSR 규제를 살펴보고 있다"는 정도만 언급했으며, "청년주택을 수도권, 서울 대신 신도시 GTX가 있는 데 짓겠다"는 우회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경우 원리금 상환 금액이 월 100만원 정도로 낮아져서 LTV 조정의 실효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차기 정부 대출 정책에서 차주단위 DSR·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 여부는 결국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당장 7월 예정된 DSR 강화 조치를 가장 먼저 손볼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다만, 7월 DSR 규제 강화를 아예 무효화하는 식의 과격한 변화는 취하지 못하더라도 강화 시행 일부는 막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교체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고 위원장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지난해 8월 취임한 후 이들 금융 정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임기가 3년으로 정해져 있으나, 통상 정권이 바뀌거나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자진 사퇴하는 형식으로 재신임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