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동학개미 '선전포고'… 이 종목 가진 사람 '주목'

2022-03-13 07:00
최근 쓸어담은 삼성전자 개미 대거 참여 예고
HDC현산도 전운… KT는 새노조가 공격수로
뿔난 소액주주 사조그룹·SK케미칼서도 시끌

[사진=참여연대]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개인투자자 수가 급증하면서 주총을 통해 목소리를 내려는 소액주주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주총에서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들의 주요 쟁점은 ESG와 주주가치 제고 등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삼성전자 주총을 시작으로 주요 기업들이 주총 시즌에 돌입한다. 주총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만큼 3월 넷째주와 마지막주에 주요 기업들의 주총이 몰릴 전망이다.

올해 주총은 갈등을 빚는 곳들이 예년 대비 늘어난 모양새다.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크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주주들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스피 지수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이다. 또 ESG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면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의 주총장에는 시민단체가 등장해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 "논란 일으킨 기업 좌시하지 않겠다"… 삼성전자·HDC현산·KT 도마 위로

가장 먼저 충돌이 예고된 종목은 삼성전자다. 최근 삼성전자가 '게임최적화서비스'(GOS)로 스마트폰 성능을 조작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기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에서 퇴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일부 소액주주들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부결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어서다. GOS로 성능이 제한될 경우 광고 대비 실제 성능이 미달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내외 공정당국의 문제 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공정위원회는 최근 삼성전자의 GOS를 통한 성능 제한이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는 신고를 접수했다. 또 이같은 기기성능 조작 문제는 대규모 과징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에는 테슬라가 공정위원회로부터 배터리 성능 과장 및 소비자 기만 혐의로 1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했던 '디젤게이트' 사건의 경우 미국에서 100억 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업체도 있었다.

오는 29일 개최되는 HDC현대산업개발 주총도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붕괴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외국계 연금투자회사 APG가 참여연대와 손잡고 정관변경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이 HDC현산에 요구한 제안한 안건은 정관병경으로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및 운영과 지속가능경영 공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이다. 참여연대는 또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기 시작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사측이 정관 변경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수용했지만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은 회사가 수용을 거부했다.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폭넓게 넓히는 권고적 주주제안이 수용돼야만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통로가 확보될 수 있다"며 "다른 안건들도 주총 당일 최대주주인 HDC가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만큼 지속적으로 주주들을 모아 사측에 주주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31일 열리는 KT 주주총회에는 KT 새노조가 공격수로 등판한다.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630만 달러(약 7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을 두고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미 국민연금에 주주권 행사 요구 공문을 발송한 상태로 주요 내용은 △SEC 과징금 630만달러를 관련임원에게 구상권 청구 △이사회에 횡령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내이사 3인 자격정지 요구 △주주총회 긴급안건으로 KT대표이사 해임안 제출 등이다.

◆ 뿔난 소액주주 "주가가 이게 뭐냐"… 주주가치 제고 요구받는 사조그룹·SK케미칼 

사조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는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가 주당 1500원, 총 750억원 배당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반면 사측이 제시한 배당액은 총 15억원으로 주당 300원 규모다.

그룹사 사조오양도 행동주의 사모펀드로부터 배당 확대 요구를 받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8일부터 사조오양 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받고 있다. 

이들은 공시에서 "2007년말 16억원이던 자본총계는 2021년말 1969억원으로 120배 증가했지만 4만원대였던 주가는 1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사회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 확대와 자기수직 매입, 집중투표제 및 분기배당 도입 등을 요구한다"고 부연했다.

SK케미칼도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 직면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분할 상장으로 주가가 하락하자 국내에서는 소액주주와 손잡은 안다자산운용이, 해외에서는 싱가포르 행동주의펀드 메트리카파트너스가 주주가치 제고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다운용은 지난달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청구, 소액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는 중이다. 주주제안이 가능한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상법상 일반주주가 주주제안을 하려면 1%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안다운용은 또 최근 발송한 공개서한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물적 분할과 상장으로 인해 회사의 기업가치는 물론 주주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주주권 보호를 위한 논의가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회사의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SK케미칼이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어스 지분 매각을 요구했던 메트리카파트너스는 이사진 교체 요구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해 9월 주주서한을 보내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매각, 이를 배당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SK케미칼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는데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가 떨어지자 평가이익이 훼손됐다고 주장하면서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하는 중이다.

메트리카파트너스는 최근 소액주주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해 9월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18.3%를 매각했다면 4조47000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현재 평가이익은 2조원 수준"이라며 "SK케미칼 이사회가 주주가치 제고 조치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이사진 교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