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금융-실물사이클 괴리 심화됐다…외환위기 대비 2배

2022-03-09 12:00

우리나라 금융사이클 추이[사진=한국은행]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최근 2년 간 금융·실물불균형이 2배 가량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향후 금융사이클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우리나라 금융사이클의 상황 및 특징 평가'(BOK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사이클은 2018년 이후부터 제7순환 확장국면에 진입한 데 이어 코로나 이후 빠른 상승세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이 실질민간신용을 대상으로 국면 판단에 유용한 밴드-패스 필터와 심도 판단에 유용한 HP필터를 이용해 금융사이클을 평가한 결과 금융사이클 진폭을 가늠하는 실질신용갭룰이 코로나 이후 급등해 일부 산출방식에 따라서는 작년 3분기말(5.1%) 수준이 과거 신용카드 사태(3.4%)와 글로벌 금융위기(4.9%)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 괴리가 심화된 부분도 수치로 파악됐다. 실제 최근 및 과거 2년 간 신용/GDP 비율 누적 상승폭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97년 2분기~99년 1분기) 당시 13.4%포인트 수준이던 상승폭이 최근 2년 간 26.5%포인트에 달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 비동조화 경향이 뚜렷한 가운데 코로나에 따른 괴리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금융과 실물 불균형이 악화되는 현상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금융사이클이 유동성과 금융기관 총수신 사이클과는 높은 동조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유동성 공급 증가가 금융기관의 수신액 증가로 이어지고, 민간부문에 대한 신용공급 증가라는 금융의 전통적인 신용창출 메커니즘이 금융사이클의 주요 동인임을 시사한다는 판단이다. 주택가격사이클 역시 금융사이클과 강한 동조관계가 가계신용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동조 관계를 나타냈던 금융사이클과 기준금리의 경우 최근들어 역동조현상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대해 한은은 "위기 이후 실물과 금융 비동조화 영향으로 경기둔화 시 금리 인하가 신용증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결과적으로 금융사이클에 대한 경기순응적 관계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은 이에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 괴리 현상이 금리수준과 금융기관 수신을 비롯한 경기전반에 걸친 유동성 상황과 자산가격 변화 등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이정연 한은 금융안정국 관리총괄팀장은 "그간의 민간신용 증가와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 이후 빠른 확장세를 보여온 금융사이클 주기와 진폭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