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울진·삼척 '火魔' 현장 직접 방문한 文 "가슴 무너진다"
2022-03-07 05:00
20년 만에 초대형 화재에 직접 발 벗고 나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까지 울진·삼척 산불로 산림 1만3351㏊(울진1만2695㏊, 삼척656㏊)가 피해를 입었고 주택과 창고 등 391곳이 소실됐다.
주거지가 완전히 불에 타거나 위험 지역 내 4150가구 주민 6497명이 학교 체육관과 임시 대피소 등에 몸을 피했다.
지난 4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된 울진·삼척 산불은 같은 날 순간 풍속 초속 25m 강한 바람을 타고 북상해 강원 삼척과 동해까지 빠르게 퍼졌다.
화제 영상을 보면 길가에서 발화했기 때문에 담뱃불이나 기타 불씨로 인한 실화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 울진·강원 특별재난지역 선포
문 대통령은 잇따른 화재 진화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낸 데 이어 현장까지 찾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식목일을 맞아 2019년 큰 산불 피해를 입었던 강원 강릉시 옥계면을 직접 찾아 재조림 현장을 살펴 본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 피해 수습을 위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재가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세부적인 지원사항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특별재난지역 대상은 산불 피해가 극심한 경북 울진군, 강원 삼척시 일원”이라며 “강원 강릉·동해 지역 등은 산불 진화 후 피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선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에 대해 산불 피해를 입은 주택 등 사유시설 및 공공시설 피해 복구비 일부(사유시설 70%, 공공시설 50%)를 국비로 지원한다.
박 대변인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면서 “또한 피해 주민에 대해서는 생계구호를 위한 생활안정지원금 지원과 함께 지방세 등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혜택 등 간접지원이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오후 브리핑에서 “불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 굉장히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왔으므로 일부 불이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긴장 상태에서 모니터링하면서 진행을 최대한 방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문 대통령은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대부분 고령층인 주민들을 만나 바닥에 함께 앉은 상태에서 대화를 나눴고, 주민들의 손을 잡고서 얘기를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직접 오면 수습도, 복구도 빨라지고 어르신들에게도 위로가 될까 싶어서 왔다”면서 “20년 내에 제일 큰 규모의 화재라고 하던데 그 와중에 인명피해가 한 분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래도 사람 목숨이 중요하다. 몸만 성하면, 사람만 무사하면 나머지 복구는 정부가 힘을 보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 피해 주민이 “몸만 빠져나왔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상실감이 크겠나”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자원봉사를 하던 한 주민은 “저는 매실밭 5000평이 홀랑 다 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피소 방문을 마친 뒤에는 화재 현장인 울진군 신화 2리를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봤다.
문 대통령은 최 산림청장에게 대응 현황 보고를 받고 “우선 인명피해 없이 잘 막아준 것에 대해 노고를 치하하고 싶다”면서 “오늘 날이 밝을 때 주불을 좀 잡고, 밤 동안 잔불정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독려했다.
문 대통령을 만난 신화 2리의 이장은 “(대피시킨) 노약자분들이 돌아와서 집이 무너진 것을 보면 너무 큰 상처를 받을 것 같아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뒤에 모셔오려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르신들이 다 무사하셔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걸 언제 다 복구하나 까마득하게 느껴지시겠다”면서 “빠르게 이 분들이 주택을 복구해 정상적인 삶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드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화재에 전소된 주택들을 둘러보고 “(주민들이) 와서 보면 오히려 가슴이 무너지겠다”면서 “집도 보니까 불타서 무너진 정도가 아니라 거의 뭐 녹아내린 수준”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삼척 원전·LNG 화재 피해 우려감…“4차 방어선 구축”
문 대통령은 이어 오후에는 삼척 LNG 생산기지 본부를 방문해 산불 방호대책을 보고받았다.
한국가스공사 삼척기지본부는 국가 주요 산업시설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는 곳이다.
김환용 삼척생산기지 본부장은 “삼척기지 건너편에서 산불이 진행되고 있는데 불티가 본부로 날아올 경우를 대비해 4단계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4단계 외에도 설비지역과 탱크에 살수를 진행하는 등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화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김 본부장은 문 대통령이 현재 산불 상황에 대해 질문하자, 산불이 삼척생산기지 후문 1㎞ 전방까지 접근했으나 소방당국에서 진화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1분당 7만5000리터를 발사할 수 있는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을 배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삼척생산기지는 강원, 경북, 충북 지역에 가스공급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비를 잘하고 있더라도 LNG시설이나 원전 등은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예측할 수 없이 큰 만큼, 만에 하나의 가능성까지 감안해서 산불이 완전히 진화될 때까지 철저하게 방어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