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종목 매매 제한 전 세계 확산… 저가매수 노린 개미 발동동
2022-03-06 14:56
저가매수 노렸지만 거래 중단 잇따라
국내 증시 ETF 거래정지까지 이어져
국내 증시 ETF 거래정지까지 이어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관련 주식과 투자상품 가격이 급락하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려 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글로벌 증시에 상장한 러시아 종목을 비롯해 펀드 등이 거래 중단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도 정지되며 손실 가능성이 확대됐다.
6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됐던 지난달 1일부터 러시아 기업에 대한 주식 거래가 중단된 28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얀덱스(Yandex) 주식을 1475만 달러 규모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선호 종목인 테슬라(7억5897만 달러)나 알파벳(2억4694만 달러), 엔비디아(2억 3297만 달러) 등과 비교하면 순매수 규모가 1.9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얀덱스 주가는 2월에만 60% 이상 급락했다. 지난 1월 말 48.06달러였던 얀덱스 주가는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25일 18.94달러로 1개월 사이에만 60.59% 떨어졌다.
얀덱스뿐만 아니라 국내 증권사를 통해 투자가 가능했던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매매 역시 모두 중단된 상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규제 시행 우려를 감안해 러시아 기업들 주식 거래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얀덱스를 비롯해 전자상거래 플랫폼 오존(Ozon Holdings PLC), 핀테크 기업 키위(QIWI PLC) 등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들 주식 매매가 멈췄다.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유일한 러시아 ETF인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를 지난달 3일부터 이달 4일까지 총 276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군사 긴장감이 고조된 지난달 21일부터 25일 사이에만 239억원에 달하는 순매수세가 몰렸다.
지난 1월 28일 2만8965원이었던 해당 ETF 가격은 이달 4일 기준 1만70원으로 65.23% 급락한 상태다. 지난달 17일에는 3만9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22일부터는 10%대 가까운 낙폭을 보였다.
이후 순자산 가치 대비 시장 가격 괴리율이 지난달 28일 기준 30%를 상회하자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해당 ETF 거래를 정지했다.
문제는 단순히 거래 정지에 그치지 않고 상장폐지로 이어져 저가 매수를 투자 기회로 노렸던 투자자들이 오히려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3일 해당 ETF의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하거나 상장폐지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국내 ETF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된 러시아 관련 ETF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부터 러시아 증시와 연동되는 ETF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반에크 러시아(VANECK RUSSIA) ETF'는 1965만 달러, '아이셰어즈 MSCI 러시아(ISHARES MSCI RUSSIA) ETF'는 1831만 달러 등 규모로 순매수했다. 지난달 21일부터는 반에크 러시아 ETF를 1955만 달러, 아이셰어즈 MSCI 러시아 ETF를 1398만 달러 각각 순매수했다.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불(DIREXION DAILY RUSSIA BULL) 2X ETF'는 484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그러나 디렉시온은 지난 2일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불 2X ETF 상장폐지를 결정하며 오는 11일(현지시간)까지 거래한 뒤 18일 청산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대상 제재로 러시아 증시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기업 종목뿐만 아니라 ETF에 대한 주가 급락이나 매매 중단 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최근 상승세를 보인 에너지 금광 관련 ETF를 제외하고 대부분 1개월간 조정을 받았는데 미국과 아일랜드에 설정된 러시아 특화 ETF들이 50~90%나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러시아 주식에 대한 익스포저 자체는 낮지만 일부는 기초지수로 MSCI 신흥국 지수를 사용하고 있어 러시아 편출에 따른 수급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