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s 스톡] 동남아 아마존 시(Sea) 주가 급락…지금이 매수기회?

2022-03-04 05:00

동남아시아 최고의 IT(정보기술) 기업으로 꼽히는 시(Sea)그룹이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며 온라인게임에서 전자상거래, 전자결제까지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는 시그룹은 가장 촉망받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디지털 성장잠재력이 아직 충분히 남아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인터넷 보급률의 빠른 성장과 젊은 인구가 많은 인구 구조 등으로 동남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시그룹은 일찌감치 동남아 지역에서 입지를 다져왔으며, 시장점유율과 플랫폼 인지도에 있어 이미 독보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비롯해 국외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로 시그룹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간) 기준으로 뉴욕 증시에서 시그룹 주가는 117.75달러를 기록했다. 1일 무려 13.12% 급락한 뒤, 다시 6.92%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10월에 기록했던 최고점 366.99달러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그룹의 확장에 대한 기대로 가파르게 오르던 주가는 최근 일부 사업의 좌절, 우크라이나 사태, 달라진 글로벌 통화 환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그룹은 1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상황 변화 등이 향후 비즈니스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그룹은 2021년 매출이 99억50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반면 순손실은 16억1000만 달러에서 20억400만 달러로 늘어났다. 

시그룹은 코로나19 확산 속 온라인 활동이 급증하면서 대표적인 감염병 수혜주로 분류됐다. 최근 몇 분기 동안 시그룹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시그룹의 최고경영자인 포레스트 리는 "코로나19 이후 방역 규제가 해제되고 온라인 활동들이 다소 둔화하고 있는 것을 보았으며, 사용자 수에도 변동이 있는 것을 보았다"고 1일 지적했다. 코로나19로 급격하게 팽창하던 온라인 활동들이 경제 재개로 다소 둔화할 수 있으며, 이것은 결국 시그룹의 매출 성장이 다소 느려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인도 정부의 일부 앱 금지도 시그룹에는 악재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시그룹의 프리 파이어 등 54개 앱의 다운로드를 금지한 바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되는 앱 중 하나인 프리 파이어가 인도에서 막히면서 시그룹의 수익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인도 정부는 보안상 이유로 중국 앱 금지 정책을 실시했지만 여기에 시그룹의 주요 수익 게임 중 하나인 프리 파이어도 포함된 것이다. 현재 인도의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프리 파이어는 다운로드할 수가 없다. 리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던 정부의 조치"라고 말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시그룹의 게임산업에 있어서 인구가 많은 신흥국들은 핵심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자들의 현금 지출을 추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측정 기준인 시 게임 사업의 부킹 금액은  2021년 46억 달러에서 2022년 약 30억 달러로 감소할 것이라고 시그룹은 전망하고 있다. 리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개로 인한 타격을 감안해 이 같은 전망치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가속화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도 시그룹에는 악재다. 2021년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시그룹은 지난해 9월 중남미, 유럽, 인도 등 동남아 이외 지역으로 전자상거래 확장을 위한 신주와 어음 제공을 통해 약 70억 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뉴욕 증시에 상장된 많은 기술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시그룹 주가도 하락세를 탔다.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 타격 전망은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외부적 환경 외에도 시그룹 주가가 다른 종목에 비해 더 버티지 못했던 이유는 더 있다. 일단 지난달 중국 빅테크기업 텐센트가 시그룹 지분을 매각했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강화에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달 초 텐센트는 보유하고 있던 시그룹 주식 1450만주를 주당 208달러에 팔았다. 약 31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이 같은 대량 매각으로 텐센트의 시그룹 지분은 기존 21.3%에서 18.7%로 떨어졌다. 

게다가 1일 실적 발표는 투자자들의 실망을 더했다. 시그룹은 2021년 4분기 순손실이 6억1700만 달러로 전년의 5억2300만 달러에서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수익성 개선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전자상거래 사업 부문의 영업 손실이 4분기 9억4100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다만 시그룹은 전자상거래 수익이 2021년 51억 달러에서 2022년 약 9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그룹은 글로벌 확장에 있어서도 자원을 재할당하고 있다. 시그룹은 동남아시아를 발판 삼아 전 세계로 전자상거래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지난해 10월 출범한 시그룹의 전자상거래는 5개월 만에 중단된다. 프랑스는 시그룹이 폴란드, 스페인과 함께 유럽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 국가 중 하나였다.
 

[그래픽=임이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