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키우는 금융지주... 먹거리 발굴·ESG 실현 '일석이조'

2022-03-02 16:15
KB금융, 창업진흥원과 스타트업 지원 MOU 예정
신한금융, 스퀘어브릿지 대구·대전 추가 설립 앞둬
하나금융, 은행·벤처스 통해 스타트업 발굴·육성
우리금융, 2016년부터 '디노랩' 운영... 600억 투자

서울 서초구 위워크 신논현점에 있는 KB이노베이션 허브[사진=KB금융지주]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핀테크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헬스케어 등 유망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한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스타트업과 협업·상생을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까지 정조준한 일거양득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과 창업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유망한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양측이 연계 투자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혁신 기업에 대한 지원을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영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그는 2015년 3월 핀테크 생태계를 지원하는 ‘KB핀테크허브센터(현 KB이노베이션허브)’를 출범시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KB스타터스’로 선발해 지원해왔다. 2021년 12월 말 기준, KB스타터스에 선발된 스타트업은 총 156개로, 투자금액은 1062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성장한 스타트업이 KB금융지주와 협업한 건수는 222건이다. KB금융지주는 KB이노베이션허브를 통해 KB금융 전 계열사로부터 1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고, 10건 이상의 기술 제휴를 달성하는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게 목표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금융플랫폼, ESG 등의 분야에서 차별화된 사업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중에 대구에 ‘신한 스퀘어브릿지’를 구축한다. 신한 스퀘어브릿지는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9년 12월에 설립된 공간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과 제주에 구축돼 운영돼 지역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한다. 일례로, 신한 스퀘어브릿지 인천에 입주한 전기차 충전 솔루션 스타트업 ‘에바’는 육성기간 중 5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고,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2’에서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수상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는 인천시 등과 협력해 에바의 실증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향후 대전 지역에도 신한 스퀘어브릿지를 추가로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신한금융지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을 통해서도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 스퀘어브릿지가 지역 스타트업의 자립과 성장을 돕는 사회공헌적 성격이라면, 신한퓨처스랩은 핀테크를 포함한 미래 기술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한퓨처스랩이 2015년부터 현재까지 선발하고 육성한 스타트업은 282개, 투자금액은 총 450억원 규모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해외 진출도 지원한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과 하나벤처스를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운영 중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하나원큐 애자일랩’은 2015년 6월 설립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총 134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하나벤처스는 콘텐츠, 키즈, AI, 빅데이터, 반려동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유망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한다. 2018년 10월 출범 후 지난해 7월까지 10개 펀드, 2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016년부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디노랩’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디노랩을 통해 스타트업에 619억원을 투자했고, 스타트업과 사업을 추진한 건수는 총 20건이다. 지난해 9월엔 서울대, 관악구청과 관악구에 5층 규모(약 270평) ‘디노랩 제2센터’를 구축, AI와 모빌리티, 헬스케어, ESG 시장으로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스타트업 지원은 미래에 대한 투자 성격도 있지만, ESG 경영을 실현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지주사가 투자하는 회사는 대체로 사무실 자체도 변변치 않은 극초기 스타트업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는 있지만 현실화하지 않아 투자자들 눈에 띄지 않는 곳들이 상당수"라며 "투자 회수 개념보다는 상생, 사회공헌이 주 목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