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온기를 나누는 따뜻한 법령정비

2022-03-07 06:00

 

이강섭 법제처장 [사진=법제처 제공]

겨울이 어느새 끝자락에 접어들고 있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아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더 춥고 길게 느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이후 우리 삶은 매우 달라졌다. 평범한 일상생활은 옛일이 되었고 사회 여러 영역에서 국민들은 큰 고충을 겪고 있다. 특히 대면 서비스업을 주로 하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받았다.

최근 한 기사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2020년 매출액은 2019년 대비 24%나 감소했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 세대의 어려움도 크다. 청년들은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어렵게 취업을 하더라도 주거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의 힘겨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법·제도가 절실하다. 법제처는 올 한 해 동안 법령정비를 통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소상공인과 청년 세대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지난해 말 청년 세대를 지원하기 위해 각종 지원사업과 교육사업 적용 대상에 청년을 추가하여 청년 세대가 실질적인 정책의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14개 법률에 대한 일괄 개정안을 법제처가 주도하여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에도 청년 입장에서 불합리한 법령에 대해 정비를 이어갈 예정이다. 학력 취득 전에 일한 실무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법령들을 정비하는 것이다. 법령 중에 특정 업무에 종사하기 위한 요건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실무 경력 혹은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실무 경력만을 인정하는 경우들이 있다.

법제처는 이러한 제도를 개선해서 우선 취업하고 나중에 진학하는 청년이나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청년들이 학력 보유 전에 일한 경력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에 여러 사정으로 진학보다는 취업을 먼저 하게 된 많은 청년들의 경력이 보장됨으로써 취업 준비기간이 단축됨과 동시에 다양한 경제활동의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소상공인 등에 부담이 되는 규정들도 정비한다. 어떤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사전교육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법령에 규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전 의무교육 제도는 하루하루 영업이 절박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이에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거나 공익상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선 영업을 시작하고 일정 기간 내에 교육을 받으면 되는 사후 교육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아울러 영업을 하는 경우에 갖춰야 하는 인력과 장비 등에 대한 등록 기준도 정비한다. 일하던 직원이 갑자기 퇴사했는데 일시적으로 후임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나 보유한 장비가 예측하지 못한 사유로 손실된 경우 등 사업주의 고의·중과실이 아닌 사유로 등록 기준을 일시적으로 갖추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국민의 안전 등 우려가 없다면 제재 처분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자발적으로 시정할 수 있게 법령을 정비하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예측할 수 없었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우리는 춥고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춥고 긴 겨울이라도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온다. 긴 터널을 지나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법제처는 국민 삶을 살피는 따뜻한 법령 정비의 온기를 나눌 수 있도록 올 한 해도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