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상한 통계'…똑같이 400원 올랐는데 인상률은 스타벅스 3.3%, 투썸 8.2%?

2022-02-25 08:25
23일 발표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엉터리 수치
제품 가격 변동보다 보여주기식 '매주' 발표에 초점
"가격 정보 한눈에 제공" 목적이라면서...작년 말 올린 업체 인상률은 0%
전문가 "애초에 의미 없는 조사를 매주 발표하려다 보니 오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이 분위기에 편승해 과도한 인상을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피자, 치킨, 커피 등 12개 품목을 선정해 주 단위로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정부가 외식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며 지난 23일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에 엉터리 수치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가격을 동일하게 올린 프랜차이즈들의 인상률이 인상 시점에 따라 2배 이상 차이가 나는가 하면, 지난해 말 가격을 미리 올린 업체들은 인상률이 0%로 표기돼 가격 동향 정보로서 가치를 찾기 어려웠다. 브랜드별로 전국 15개 점포를 조사해 가격평균을 내는 과정에서도 표본 점포 선정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누리집에 공개된 ‘2월 3주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아메리카노 가격을 400원씩 올린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의 가격 인상률이 2.5배나 차이가 났다. 두 브랜드 모두 4100원이었던 아메리카노를 4500원으로 인상했는데, 스타벅스는 인상률이 3.3%였고, 투썸은 8.2%로 표기됐다.
 
이 같은 차이가 나게 된 이유는 정부의 독특한 평균가격 계산법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1월 13일에 아메리카노 가격을 인상했다. 1~12일은 4100원이었고, 13~31일은 4500원이라 1월 평균가격이 4357원으로 계산됐다. 반면, 투썸플레이스는 1월 27일부터 가격을 올렸다. 이에 1~26일은 4100원, 27~31일은 4500원으로 1월 평균가격이 4157원이 됐다. 두 브랜드 모두 인상 이후 가격은 4500원이지만, 1월 평균가격이 달라 인상률에 차이가 생긴 것이다. 투썸의 경우 스타벅스보다 가격을 늦게 올렸음에도 더 많이 인상한 것처럼 발표됐다. 단순하게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아메리카노가 9.7% 인상됐다고 표시하면 됐지만, 정부가 무리하게 주 단위 가격 조사결과를 발표하다 보니 엉뚱한 수치들이 튀어 나왔다. 
 

[그래픽=권창우 기자]

심지어 지난해 말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린 업체들의 인상률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교촌치킨은 지난해 말 치킨 가격을 평균 8.1%, bhc는 7.8% 올렸는데 이번 조사에는 가격 변동률이 0.0%로 표기돼 있다. 올해 1월 대비 2월 가격을 비교하다 보니 굽네치킨만 6%대 가격을 인상한 것처럼 공표됐다. 굽네치킨은 이달 들어 주요 제품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지난해 말 일찌감치 가격을 조정했으면 인상률이 0%였겠지만, 2월에 올렸다는 이유로 치킨 업체 중 유일하게 가격을 인상한 업체로 표기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격 동향을 발표하는 것 자체도 실효성이 없지만, 굳이 주 단위로 조사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럴 거면 왜 실시간으로 가격을 발표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의미 없는 자료를 매주 발표하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국 15개 점포 조사에 표본 매장 선택 기준도 없어
일부 점포의 가격이 해당 브랜드의 제품 가격을 과대표하는 문제도 발견됐다. 가격조사는 프랜차이즈 공식 홈페이지에 가격이 표기돼 있지 않을 경우 수도권 10곳, 광역시 5곳의 표본 매장을 골라 진행했다. 전국 매장의 제품 가격이 동일한 프랜차이즈도 있지만, 지역별·점포별 제품 가격이 다른 브랜드도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15곳의 표본 매장을 기준 없이 무작위로 추출해 조사했다는 것이다. 대표성이 부족한 매장의 가격이 조사에 포함되면 가격 조사에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일례로 1500원 아메리카노 커피로 유명한 ‘컴포즈커피’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평균가격이 1733원으로 표기됐다.
 
해당 조사를 진행한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조사의 의도는 언론보도 등으로 알려진 가격 인상 정보를 한곳에 모아 소비자들이 보기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가격 인상률 차이는) 1월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수치를 내고, 주간 가격으로 비교하다 보니 발생했다”며 “표본 매장을 추출해 가격조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전체 매장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건데, 어떻게 하겠나. 중소 프랜차이즈 중에는 소매가격을 업주가 정하는 곳도 있어 표본을 무작위로 추출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상당수의 프랜차이즈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상태에서 매주 가격을 조사해 발표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도미노피자만 해도 11개월 만에 또 가격을 올리지 않았냐”며 “일부 업체는 한번에 가격을 다 올리지 않고 한 개 품목씩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보통 업체들이 가격을 조정하면 몇 년에 한 번씩 올리지 매주 인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번에 잇따라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인데, 정부가 이런 발표를 한다고 해서 농산물 가격이 안 오를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