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격차' 위기감 커진 삼성전자

2022-02-21 05:21
인텔, 파운드리 진출 이후 경쟁 가열...갤S22, 퀄컴 AP 탑재 논란도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해온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경쟁 기업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전면에 나선 곳은 한때 반도체 왕국을 건설했던 미국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재진출을 공언한 이후 과감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전략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에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대신 퀄컴 제품을 탑재해 논란을 일으킨 상태다. 업계에서는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공언한 이재용 부회장의 '비전 2030'이 벌써 위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인텔 인베스터 데이 2022'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인텔 측은 "고도화하는 자동차 반도체 솔루션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전담 그룹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세대 칩 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고도화한 파운드리 플랫폼을 준비하고 자동차 산업 고도화에 발맞춰 고급 반도체 패키징, 첨단 설계 기술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계획은 지난해 인텔이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 이후 구체적인 사업 분야를 처음 밝혔다는 점에서 업계를 긴장케 한다. 상대적으로 이 분야에서 점유율이 낮은 삼성전자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 대만 TSMC보다 파운드리 점유율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비중을 크게 높이진 않았다. 들이는 수고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명분이었다.
 
하지만 인텔은 이번 발표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10년 뒤 현재 대비 두 배 수준인 1150억 달러(약 137조원)로 예상된다"며 높은 시장성을 포석으로 깔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오는 2025년이면 840억 달러(약 100조4220억원)로 성장하는 등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전망했다.
 
실제로 장기화하고 있는 반도체 부족 현상과 함께 자율주행·전기차 시대 도래로 자동차 업체들이 자체 칩 개발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첨단 파운드리를 갈망하는 자동차 회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도 최근 미국 테슬라와 신규 완전자율주행(FSD) 칩 관련 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자동차와 함께 고성능 반도체 칩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 S22의 두뇌 격인 AP를 자사 제품이 아닌 퀄컴 제품(스냅드래곤8 Gen1, 유럽 제외)을 탑재했다. 차세대 AP로 불린 '엑시노스2200'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최근 4나노 공정의 낮은 수율 문제가 발생해 갤럭시 S22용 생산 납기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미세공정 일부 제품 수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커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첫 내부감사(경영진단)에도 착수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파운드리 수율 문제를 집중 점검하기 위해 정교한 메스를 들이댔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경영진단은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통상적인 활동"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깃발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