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관심 속 각종 규제..리걸테크 산업 침체

2022-02-24 10:4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률 플랫폼 로톡을 비롯한 '리걸테크(Legal Tech)' 산업이 국내에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에서는 기술 발전과 함께 이미 기업가치가 1조원가량으로 평가되는 유니콘도 탄생했지만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에 부딪혀 성장세가 더딘 상황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리걸테크 기업은 30여 곳이다. 국내 리걸테크 투자 규모는 5년 동안 135억원 수준이다. 리걸테크란 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말로, 현재 국내에서는 판례·법령·기사 검색부터 법률문서 자동 작성·번역 등에 활용되고 있다. 

리걸테크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반면 국내 리걸테크 시장은 걸음마 수준이며, 시장 규모 등 산업 현황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9월 법무부는 뒤늦게 리걸테크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국내외 산업 현황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산업 현황에 대해 명확하기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에선 국내 리걸테크 시장 규모를 수십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알파고'가 유명해진 2016년부터 리걸테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로톡에서는 '형량예측' 서비스도 제공했지만 최근 변호사 업계 반발로 종료됐다. 리걸테크 업계 관계자는 "투자 규모나 규제 등 상황과 마찬가지로 국내 리걸테크 기술도 외국 리걸테크 기업과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주요 기업은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인공지능 기반 판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텔리콘, 전자계약 서비스인 모두싸인 등이 있다. 로톡은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무려 1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리걸테크 산업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서 핵심 쟁점은 변호사법 34조 위반 여부다. 최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규정에 대한 해석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조항은 사무장 로펌을 막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당사자나 그 외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사무직원에게 소개 또는 알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과 변호사 간 동업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변호사법 규정도 민간기업과 변호사가 공동으로 리걸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데이터 부족과 법령·규제 문제도 리걸테크 산업 발전을 막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판례를 제한적으로 공개하는데, 이 때문에 AI 학습자료가 부족하다는 것. 국내에서는 공공서비스가 발달돼 리걸테크를 통해 얻는 정보와 법원 등에서 개인이 제공받는 자료에 큰 차이가 없는 점도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