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아마추어 정치인들의 위험성
2022-02-21 09:30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지난 2021년 분식회계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외부감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의 부당한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의 개정안 심의 과정은 아마추어 정치인들의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개정안 내용은 분식회계와 외부감사인의 부실감사로 인해 손해를 본 피해자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경우 법원은 증권선물위원회에 해당 분식회계 조사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있고,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송부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분식회계·부실감사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에 의해 밝혀지고 증권선물위원회 등 징계처분이 확정됐음에도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는 그 사실이 부정되는 상황에서 기인한다. 그러한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분식회계·부실감사 사실이 밝혀져 증권선물위원회 등에 의한 징계처분이 확정된 경우에도 해당 회사나 외부감사인이 손해배상소송에서는 이를 부인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 과정에서는 분식회계·부실감사 증거가 명확해 이를 부인하기 어렵지만 민사소송에서는 이 같은 사실들을 입증해야 하는 피해자들이 그 증거자료들을 입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금융위원회 등의 징계처분은 다투지 않으면서 손해배상소송에서는 이를 부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이 있으므로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은 외부감사인 등의 손해배상의무 성립 여부 등을 법원이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므로 외부감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동의 의견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감리집행기관(금융감독원,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송부 대상 자료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적극적인 수정 의견까지 제시하며 동의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관련 국가기관들은 모두 적극적인 동의 의견을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개정안에 반대한 일부 국회의원들이 든 근거는 민사소송절차에 관한 규정을 외부감사법에 규정한다는 것과 '증권선물위원회가 법원의 자료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부분이 선례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개정안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회계사 업계가 제시한 반대 논리였다.
회계사 업계의 반대 논리가 부당하다는 것은 다른 법률들을 조금만 찾아보거나 소관 부처의 설명을 통해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개정안의 취지와 배경에 관해서는 제대로 살피지도 않은 채 소관 부처의 설명까지 굳이 막아서며, 이미 여러 법률들에 선례가 있는데도 없다며 개정안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이 이렇게 무력화됨에 따라 앞으로도 분식회계·부실감사로 피해를 초래한 회사와 외부감사인들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억울한 피해자들이 구제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우리 헌법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대의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모아서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정치인이 해당 사안의 원인과 영향, 해법에 관해서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해당 전문가가 아니라면 국민을 대표해 어떤 정치적 의사 결정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의미가 뭔지는 알아야 하고, 최소한 알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의사 결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고통은 결국 우리 국민들이 계속 짊어져야 한다. 이번 외부감사법 개정안 심의 과정이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우리 미래를 좌우할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후보자가 아마추어라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하는 후보인지 그렇지 않은 후보인지 유심히 살펴야 한다. 그것이 아마추어 정치인들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장래 우리가 겪어야 할 고통을 줄이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