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디지털 전환열풍] 보험업계, 올해 화두는 디지털 전환
2022-02-21 08:00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물음표
보험사들이 비대면 채널 강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잇단 보험업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디지털 전환 속도 내는 보험사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이 앞다퉈 디지털 전환을 통한 신상품 출시와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디지털 청약 프로세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청약 프로세스가 개선되면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에서 특히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GA채널의 경우 3개 이상의 상품을 비교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청약이 수월한 보험사 시스템을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설계사는 물론 고객이 겪는 불편함과 시간 소요가 줄어드는 만큼 청약이 원활히 이뤄져 양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화생명은 갈수록 커져가는 비대면 영업환경의 중요성에 따라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 손해보험사 등 빅테크의 출현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보험 상품 개발 역시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LIFEPLUS(라이프플러스) 구독보험’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제휴처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범용포인트몰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한화생명은 구독보험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총 7종의 구독보험을 통해 이마트, 편의점 맥주, 밀키트, 와인, 돌봄서비스, 영양제, 맞춤운동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구독보험은 한화생명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 분야를 담당하는 엄지선 상무 총괄 아래 전문 인력이 TF(태스크포스)를 꾸려 만들어졌다.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을 받는 일반 보험과 달리 매월 일정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3만원의 구독료를 내면 3만5000원가량의 상품권을 지급받는 식이다.
삼성화재는 최근 생활밀착형 플랫폼인 '착'을 선보이고 디지털 채널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 출시된 상품은 '마일리지 운전자보험'과 '미니생활보험'이다. 운전자 보험은 에코마일리지(ECO마일리지) 개념을 운전자 보험에 도입한 상품이다. 특히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의 최대 10%를 삼성화재 애니포인트로 적립받을 수 있다.
미니생활보험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보장하는 소액 단기상해보험으로 보험기간은 1일에서 30일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삼성화재 다이렉트 관계자는 "디지털본부를 신설한 후 변화하는 디지털시대에 맞는 상품을 준비하고자 했다"며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서 디지털환경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손보도 다이렉트 채널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고객 스스로 보험 보장을 분석하고 맞춤형 보험 상품을 추천받는 'KB다이렉트 보장분석 2.0'을 출시했다.
이 시스템은 KB손보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고객과 비슷한 연령대의 실제 보장내용에 대한 통계를 제공한 뒤 알맞은 보험 상품을 추천하거나 건강관리 정보를 주는 종합컨설팅 시스템이다.
또 지난 9월에는 다이렉트 전용 앱에 'KB-WALK' 기능을 넣어 걷기 운동을 권장하면서 고객의 건강을 챙기고 자동차보험의 '걸음 수 할인' 특약에도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이 특약은 기명피보험자 한정 특약 또는 부부 한정 특약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 청약일 기준 90일 이내에 △하루 5000보 이상 △달성일 50일 이상일 때 자동차 보험료를 3% 할인해 준다.
현대해상 역시 다이렉트 채널 상품 다양화에 매진하고 있다. 그동안 설계사를 통해 오프라인 채널에서만 판매해오던 이륜차보험을 온라인 채널에서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오프라인보다 평균 15.4%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디지털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보험사들도 늘고 있다. 흥국생명은 2023년까지 디지털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다. 노후화된 시스템 개편 및 고도화 작업을 통해 상품개발, 보험계약심사 업무를 간편화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말 카카오톡으로 보험가입심사를 지원하는 ‘언더톡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서비스는 보험가입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톡을 활용한 원스톱 업무처리를 지원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인다.
청약 절차를 간소화한 ‘지문인증 전자서명 시스템’을 도입한 보험사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 보험 가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진 가운데 설계사와 고객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말 지문인증 전자서명 시스템을 구축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상이한 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지문을 3회 촬영해 서명하는 방식이다. 지문 촬영은 메리츠화재 공식 앱을 통해 이뤄진다.
◆디지털 전환 수익성 확보는 향후 과제
보험업계가 CM채널을 앞세워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장기적인 수익성 마련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단기·소액 상품에 국한되다 보니, 수익성이 높은 장기인보험 상품 판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의 정기 간행물 'KIRI리포트'에 실린 '온라인채널 보험 가입자 상품·연령별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입건수 기준 CM채널의 판매 상품은 연금저축(16.6%), 저축(8.4%), 어린이(4.8%) 상품이 온라인 가입(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손해보험에서는 여행자(50.9%), 운전자(4.8%), 저축(4.8%) 상품의 온라인 계약 비중이 컸다.
이들 상위권 상품 대부분은 월 1만~2만원 이하의 미니·소액보험으로, 수익성이 높은 종신보험과 장기인보험 등의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비대면채널에서 판매된 상품이 미니보험에 집중된 데에는 복잡한 상품판매가 어렵다는 비대면채널의 단점 때문으로 보인다. 기존에 설계사 등 대면채널의 경우 다양한 상품 설명이 가능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세부 설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대면채널의 수익성 확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대해상은 지난 2005년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 공략을 위해 자회사로 하이카다이렉트를 설립했다. 하지만 하이카다이렉트는 경영부진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 2014년 모회사(현대해상)에 흡수됐다. 온라인보험 중심의 영업을 펼쳤던 더케이손해보험 역시 하나금융그룹으로 팔렸다. 프랑스계 악사손해보험도 철수설, 매물설이 나오고 있다.
내년 출범을 앞둔 디지털손보사인 카카오손보도 미니보험 외에 장기인보험 등 다양한 상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비대면채널에서 판매하는 미니보험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대면채널 비중이 하락하면서, 보험설계사와의 갈등 확대도 비대면채널 상품이 단순화된 이유로 꼽힌다.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채널 판매량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연령층의 소비자가 보험료가 낮은 상품에 가입하며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 전속설계사 판매채널과의 충돌 문제, 종신보험과 같은 복잡한 상품의 온라인 설명 제약 등에 따라 미니보험 등 한정적인 상품만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수익성 면에서는 비대면채널 확대가 해답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이 앞다퉈 디지털 전환을 통한 신상품 출시와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디지털 청약 프로세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청약 프로세스가 개선되면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에서 특히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사는 물론 고객이 겪는 불편함과 시간 소요가 줄어드는 만큼 청약이 원활히 이뤄져 양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화생명은 갈수록 커져가는 비대면 영업환경의 중요성에 따라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 손해보험사 등 빅테크의 출현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한화생명은 구독보험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총 7종의 구독보험을 통해 이마트, 편의점 맥주, 밀키트, 와인, 돌봄서비스, 영양제, 맞춤운동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구독보험은 한화생명 디지털, 상품 및 서비스 분야를 담당하는 엄지선 상무 총괄 아래 전문 인력이 TF(태스크포스)를 꾸려 만들어졌다.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을 받는 일반 보험과 달리 매월 일정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3만원의 구독료를 내면 3만5000원가량의 상품권을 지급받는 식이다.
삼성화재는 최근 생활밀착형 플랫폼인 '착'을 선보이고 디지털 채널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 출시된 상품은 '마일리지 운전자보험'과 '미니생활보험'이다. 운전자 보험은 에코마일리지(ECO마일리지) 개념을 운전자 보험에 도입한 상품이다. 특히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의 최대 10%를 삼성화재 애니포인트로 적립받을 수 있다.
미니생활보험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보장하는 소액 단기상해보험으로 보험기간은 1일에서 30일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삼성화재 다이렉트 관계자는 "디지털본부를 신설한 후 변화하는 디지털시대에 맞는 상품을 준비하고자 했다"며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서 디지털환경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B손보도 다이렉트 채널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고객 스스로 보험 보장을 분석하고 맞춤형 보험 상품을 추천받는 'KB다이렉트 보장분석 2.0'을 출시했다.
이 시스템은 KB손보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고객과 비슷한 연령대의 실제 보장내용에 대한 통계를 제공한 뒤 알맞은 보험 상품을 추천하거나 건강관리 정보를 주는 종합컨설팅 시스템이다.
또 지난 9월에는 다이렉트 전용 앱에 'KB-WALK' 기능을 넣어 걷기 운동을 권장하면서 고객의 건강을 챙기고 자동차보험의 '걸음 수 할인' 특약에도 가입할 수 있게 했다. 이 특약은 기명피보험자 한정 특약 또는 부부 한정 특약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 청약일 기준 90일 이내에 △하루 5000보 이상 △달성일 50일 이상일 때 자동차 보험료를 3% 할인해 준다.
현대해상 역시 다이렉트 채널 상품 다양화에 매진하고 있다. 그동안 설계사를 통해 오프라인 채널에서만 판매해오던 이륜차보험을 온라인 채널에서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오프라인보다 평균 15.4%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디지털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보험사들도 늘고 있다. 흥국생명은 2023년까지 디지털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한다. 노후화된 시스템 개편 및 고도화 작업을 통해 상품개발, 보험계약심사 업무를 간편화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말 카카오톡으로 보험가입심사를 지원하는 ‘언더톡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서비스는 보험가입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카카오톡을 활용한 원스톱 업무처리를 지원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인다.
청약 절차를 간소화한 ‘지문인증 전자서명 시스템’을 도입한 보험사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비대면 보험 가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진 가운데 설계사와 고객의 편의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말 지문인증 전자서명 시스템을 구축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상이한 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지문을 3회 촬영해 서명하는 방식이다. 지문 촬영은 메리츠화재 공식 앱을 통해 이뤄진다.
◆디지털 전환 수익성 확보는 향후 과제
보험업계가 CM채널을 앞세워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장기적인 수익성 마련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단기·소액 상품에 국한되다 보니, 수익성이 높은 장기인보험 상품 판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의 정기 간행물 'KIRI리포트'에 실린 '온라인채널 보험 가입자 상품·연령별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입건수 기준 CM채널의 판매 상품은 연금저축(16.6%), 저축(8.4%), 어린이(4.8%) 상품이 온라인 가입(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손해보험에서는 여행자(50.9%), 운전자(4.8%), 저축(4.8%) 상품의 온라인 계약 비중이 컸다.
이들 상위권 상품 대부분은 월 1만~2만원 이하의 미니·소액보험으로, 수익성이 높은 종신보험과 장기인보험 등의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비대면채널에서 판매된 상품이 미니보험에 집중된 데에는 복잡한 상품판매가 어렵다는 비대면채널의 단점 때문으로 보인다. 기존에 설계사 등 대면채널의 경우 다양한 상품 설명이 가능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세부 설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대면채널의 수익성 확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대해상은 지난 2005년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 공략을 위해 자회사로 하이카다이렉트를 설립했다. 하지만 하이카다이렉트는 경영부진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 2014년 모회사(현대해상)에 흡수됐다. 온라인보험 중심의 영업을 펼쳤던 더케이손해보험 역시 하나금융그룹으로 팔렸다. 프랑스계 악사손해보험도 철수설, 매물설이 나오고 있다.
내년 출범을 앞둔 디지털손보사인 카카오손보도 미니보험 외에 장기인보험 등 다양한 상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비대면채널에서 판매하는 미니보험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대면채널 비중이 하락하면서, 보험설계사와의 갈등 확대도 비대면채널 상품이 단순화된 이유로 꼽힌다.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채널 판매량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연령층의 소비자가 보험료가 낮은 상품에 가입하며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 전속설계사 판매채널과의 충돌 문제, 종신보험과 같은 복잡한 상품의 온라인 설명 제약 등에 따라 미니보험 등 한정적인 상품만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수익성 면에서는 비대면채널 확대가 해답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