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국 지수 편입 8년 만에 재시도… 이득일까 손해일까

2022-02-19 13:28

[사진=연합뉴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금융투자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말 발표한 '2022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에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시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이후 대선 후보들도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편입 가능성과 실익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MSCI 지수란?
MSCI는 전 세계 최초로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한 벤치마크 지수를 개발한 지수사업자다. 지난 1969년 개발된 MSCI 지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지수로 성장해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만 1300여개가 넘는다. MSCI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은 자금도 약 16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SCI 지수는 전 세계 주식시장을 발전 단계에 따라 △선진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 △단일시장 등 네 가지로 분류한다. 한국은 지난 1992년 MSCI 지수에 편입된 이후 줄곧 신흥국 지수에 속해 있다.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매년 6월 연간 리뷰에서 한국이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포함돼야 한다. 관찰대상국에 오른 후 1년이 지나면 MSCI는 리스트 내 국가를 대상으로 시장 재분류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은 지난 1992년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이후 2008년부터 총 세 차례 선진국 지수 편입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결국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됐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발목잡은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사진=MSCI 홈페이지]

MSCI는 경제발전 수준, 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 조건, 시장 접근성 등에 따라 선진국 또는 신흥국, 프런티어시장, 단일시장 등으로 구분한다. 이들 요건 중 한국은 경제발전 수준과 주식시장 규모 및 유동성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한국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항목은 시장 접근성 기준이다. 해당 국가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가 얼마나 원활하게 투자 활동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인데 한국은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받은 것이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제발전이나 주식시장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라며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10위이며 주식시장 시가총액도 13위로 높은 편이지만 여러 규제로 인해 시장 접근성이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한국은 경제적 위상이나 시장 규모 및 유동성 측면만 놓고 보면 2000년대 후반에 이미 선진국 지수 조건을 충족했다"며 "2014년까지 선진국 지수 편입에 실패했던 주 요인은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외환거래 체계 전면 개편을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MSCI는 매년 개별 국가들의 시장 접근성을 점검해 6월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은 2021년 6월에 발표된 시장 접근성 기준 18개 세부항목 중 6개 항목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중 역외 외환시장이 없어 외환시장 자유화 정도가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말 '2022년 대외경제정책 추진전략'을 통해 외환거래 환경 변화 등에 대응해 외환거래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외환시장 거래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비롯해 해외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등의 개선방안을 적극 검토해 오는 6월 다시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허 연구원은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핵심 사유는 한국에 역외 외환시장이 없고 정부가 이를 개선할 의지가 없었다는 점이었다"며 "최근 정부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목표로 외환시장 개편을 추진하는 점도 이를 의식한 행보"라고 말했다.

역외 외환시장 허용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공매도 제한 역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실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MSCI는 한국 정부가 지난 2020년 3월부터 공매도를 제한해 공매도 관련 항목이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2021년 5월부터 정부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재개했지만 전면 재개에 대한 계획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 폐지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주요 대선 후보들은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매도 폐지 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정책 방향에 어긋나는 만큼 개선을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개인이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선진자본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공매도를 전면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선진국 지수 편입 시 패시브자금 유출 vs 신흥국 지수 내 비중 축소 위험 회피 가능
업계에서는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패시브자금이 유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서 패시브자금이 유입되지만 기존 MSCI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서 유출되는 패시브자금이 더 많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추정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시 패시브자금 유출 규모는 약 130억~150억 달러 수준이다.

허 연구원은 "MSCI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자금 중 약 440억 달러가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로 분류될 경우 글로벌 패시브자금은 한국을 약 290억 달러 편입하게 돼 단순 추정으로 약 150억 달러의 패시브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도 현재 신흥국 지수 패시브자금이 440억 달러 수준인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선진국 지수 편입 시 패시브자금 유입규모가 304억 달러 내외일 것으로 전망했다. 136억 달러 수준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인덱스 측면에서는 자금 유출이 예상되지만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약 20조~65조원 추가 유입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지수 편입이 인덱스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제도 개선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입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기존보다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최근 MSCI 신흥국 지수 내에서 중국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한국 비중은 축소됐는데 향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선진국 지수 편입 시 비중 하락 위험도 피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 비중은 2012년 말 15.4%에서 2021년 12.0%로 3.4%포인트 낮아진 반면 중국 비중은 13.0%에서 32.4%로 19.4%포인트 상승했다.

노 연구원은 "지수 내 가중치 조정에 따른 한국 비중 하락 위험은 신흥국 지수 내 상존한 위험"이라며 "상대적으로 금융시장 성숙도가 낮은 신흥국이 제도 개선을 통해 국가 비중 가중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신흥국 지수 내 중국 A주 편입 비중이 현재 20%에서 100%로 늘어나고 외국인 지분 제한까지 완화될 경우 중국 비중은 59.44%로 늘고 한국 비중은 7.13%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중국이 현재 개별 종목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 제한을 30%로 두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MSCI 신흥국 지수 내 중국 시장 비중 확대로 이어져 한국 비중 축소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