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 312인 "금융감독, 독립 민간기구에 맡겨야"…대선정국 속 화두로
대선정국이 본격화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학자와 전문가 312명이 금융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감독 개혁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왜곡된 현 금융감독체계가 사모펀드 사태 등 잇단 대형 금융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며, 금융감독 기능은 공적 민간기구에 맡기고 금융산업정책을 경제정책 부처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일 '금융감독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 모임(금개모)'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 감독 개혁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해당 성명서에는 금융분야 학자 15명(공동대표 김대식 한양대 교수·이인실 서강대 교수·전성인 홍익대 교수)을 필두로 국내 금융분야 학자와 전문가 312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금융산업 진흥을 손쉬운 규제 완화에 의존하려 했던 과거의 잘못된 방식이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며 금융감독체제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창하고 나섰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현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는 금융산업정책은 정부 부처로 이관하고, 금융감독기능은 공적 민간기구에 위임해 금융감독의 정책기능과 집행기능을 통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과거 '금융위 해체론'과도 맞닿아 있다.
이들 단체는 "그간 금융이 직면했던 혼돈의 근저에는 왜곡된 금융감독체계가 자리하고 있어 정부와 금융감독기구 간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금융감독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공적 민간기구가 금융감독의 원칙에 근거해 중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감독체계 개편과 함께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감독이 정착하도록 금융감독 종사자의 윤리·청렴성을 높이고, 감독행정의 공개와 외부 기구에 의한 감시 등 제도적 장치를 구축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 성명에는 정운찬 전 총리와 최흥식,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계 주요 인사들도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해당 단체는 "지난 2013년 7월 금융감독 개편 촉구 당시 서명의 두 배가 넘는 전문가들이 이번 의견 개진에 참여했다"며 "이는 금융감독 개혁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슈는 수년째 거론되고 있는 이슈다. 정책기관인 금융위원회가 감독 기능까지 겸하고 있어서 정책과 감독 기능의 이해 상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현재 국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감독당국 개혁과 금융위 해체를 골자로 한 3개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한편, 금개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진영을 향해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공약에 넣어 적극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