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고착화 우려] 기업들, 인플레이션 파급 효과에 실적 우려 커져
2022-02-14 16:55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이 여러 파급 효과를 불러오면서 기업들이 다양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파급 효과가 나타나 기업들에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물가상승의 파장은 각종 분야로 퍼져나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수석 경제학자를 맡은 체스터 스팻 카네기멜론대학 재무학 교수는 "(인플레이션 효과는) 일부 적은 상품에서부터 훨씬 더 많은 상품까지 계단식으로 퍼져나간다"라며 여러 상품의 가격이 각각 다른 정도로 상승하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의 소비 계획을 바꾸게 만들고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업체인 올스테이트는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고차 비용이 오르며 자동차가 사고로 입은 피해를 더 크게 반영하게 돼, 더 많은 보험금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중고차 가격은 지난 2020년 말 상승하기 시작해, 2021년 들어 급등했다.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자료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중 도시 내 중고차·트럭 가격지수는 지난 1월 기준 213.17까지 올라 2020년 1월의 137.92에서 54.6% 증가했다.
올스테이트는 지난 2021년 상반기에는 사고 빈도가 감소하며 증가한 보험금을 상쇄할 수 있었기 때문에 17억 달러(약 2조307억원) 수익을 냈지만, 하반기에는 사고 건수가 다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증가하며 4억5000만달러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이에 올스테이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자동차 운행이 줄어 보험료를 일부 환급해줬던 것과 다른 행보다.
올스테이트의 글렌 샤피로 자산책임팀 부사장은 올해 내에 신차 공급 부족이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중고차 상승도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후 중고차 가격 상승세는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말보로 담배로 유명한 담배 제조업체 알트리아그룹은 보상 소송금에 물가를 반영한다는 내용을 계약에 집어넣으며 손해를 봤다. 알트리아그룹은 지난 1998년 11월 진행된 흡연 피해 보상 소송과 관련한 합의에 따른 지급금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지난 1998년 당시 판결 결과 알트리아를 비롯한 담배 제조업체들은 담배가 흡연자들의 건강을 해쳐 미국 주들의 공중 보건 시스템에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미국 주 정부들에 총 2060억 달러를 분납하게 됐다. 관련 조항 중에는 담배 제조업체들이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대비 3% 증가한 금액, 또는 정부가 발표한 1월 물가 중 높은 것을 적용한다는 조항이 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알트리아그룹이 지불해야 하는 보상금은 크게 늘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 역시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질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광고주들이 공급망 혼란, 원자재 비용 상승,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며 광고 지출을 줄여 광고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웨너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기업 실적 발표회에서 "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나 공급망 차질 등 거시경제적 요인이 광고 예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광고주들에게서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페이팔 등 결제서비스제공업체들은 노동력 부족, 공급망 차질, 소비자 심리 약화 등 여러 요인이 개인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향후 소비가 줄며 결제 수수료를 통해 얻는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